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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한국
-美, 사드비용 논란 재점화…“재협상하기 전까지 기존협상이 유효하다는 것”
-트럼프 “사드 비용을 한국 측에 내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고 전했다”
-美 외교안보 수장들의 말 한마디에 ‘코리아패싱’(Korea passing) 논란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말 한마디에 한국 외교가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00% 함께하겠다’며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고 믿었던 한미 관계는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비용을 한국측에 떠넘기고 싶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엇나가기 시작했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통화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김 실장의 설명과 달리 사드 비용문제를 재협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1일 “기존의 앙국 합의를 재합의했다”며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안보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진실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한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에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하다는 뜻을 이미 통보했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진실게임을 펼쳤다. 한국 측은 이 같은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방한했을 때는 저녁 만찬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이뤄졌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한국과의 저녁 만찬을 거부했다는 보도에 “한국 측에서 만찬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한국 외교부는 북핵ㆍ미사일 문제가 엄중해지는 상황에서 한미 결속을 다질 수 있는 중요한 일정을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확인 결과, 미 국무부 측의 행정과실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틸러슨의 ‘말 한마디’로 중국과 일본 등의 틈에서 소외당한다는 ‘코리아패싱’(Korea passing)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외교적 취약점을 이용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논란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는 두 가지 다른 사안을 ‘국익’이라는 테두리에 하나로 묶어 협상에 이용하는 전략을 펼쳐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얘기를 꺼내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함께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중ㆍ한일 냉각관계를 고려하면 한미관계 불안이 한국외교에 입히는 내상은 크다. 당장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 연예인 출연정지와 공연취소, 계약해지 등 한한령(限韓令)에 나선데 이어 무역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크루즈선 축소, 화장품 반품 등 잇단 보복조치를 내놓았다. 

특히 사드가 성주골프장에 전격적으로 반입ㆍ배치된 이후에는 군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직후 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실전화된 대응 군사훈련과 신형 무기ㆍ장비를 이용한 훈련으로 맞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은 4월에만 세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일본은 독도와 동해표기 문제,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문제 등 역사문제로 한국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과의 갈등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귀임 이후에도 풀릴 기미 없이 새로운 갈등 요인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외교부가 일본 대사나 공사를 초치한 것은 올해 들어서만 무려 6차례다. 외교관계에서 ‘이례적’이어야 할 조치가 일상화돼버린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사진=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 수록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선 국제협상전략연구 소장은 “어차피 FTA나 사드 문제는 합의가 된 사항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문서 상으로 사드나 FTA 재협상을 제기한 것도 아니다”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존 입장을 당당하게 견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세계 모든 정치지도자들이 뚜렷한 비전을 제시한 다음 상대나 국민을 설득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로 불투명한 미래를 던져놓고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낸다”며 “문제는 외교적인 차원에서 예측이 어렵고 대응하기 그만큼 어렵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깊이 연구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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