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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빙하기’ 기술력으로 넘는다

㈜칸정공, 독보적 기술력으로 알루미늄 선박ㆍ신재생 에너지 시장 진출
오션어스㈜, 플랜트 암흑기 속 해외 직접진출로 530억원 프로젝트 수주
사업재편ㆍ다각화 어려운 일부 업계는 “생존 위한 지원 늘려야” 요구도

[헤럴드경제(거제)=이슬기 기자] 2015년부터 시작된 저유가 기조로 조선ㆍ해양플랜트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기술력을 통해 신(新) 성장동력을 마련한 중소 기자재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본업의 특성을 살린 사업 다각화에서부터 해외 직접진출을 통한 대형 프로젝트 단독 수주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다만, 사업 재편 또는 다각화가 쉽지 않은 원자재 단순 가공 등 일부 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한 자금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기태 ㈜칸정공 대표가 자사가 제작한 알루미늄 선박 구조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7일 경상남도 거제시 ㈜칸정공 본사에서 만난 박기태 대표는 “올해 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한다”며 “최근 추진 중인 신사업의 비중을 늘려 내년에는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칸정공은 지난 2011년 설립된 선박 및 해양플랜트 구조물 제작 업체다. 철과 알루미늄으로 스테어 타워(stair tower) 등 의장품을 만들어 주요 조선사에 납품한다. 조선업 침체에 따라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발 빠른 연구개발(R&D)과 원가절감 노력으로 2015년 60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15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박 대표는 “품질과 생산효율 향상에 주력한 것이 결실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칸정공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 비결은 독보적인 기술력이다. 거제에 위치한 조선ㆍ해양 기자재 업체 중 노르웨이독일선급(DNVGL) 등 국제 선급으로부터 알루미늄 구조물 생산인증을 받은 곳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박 대표는 “알루미늄은 녹는점이 600도씨로 낮아 균일한 용접이 매우 어렵다”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금지원을 받아 특수 치공구를 개발ㆍ제작하고, 인력을 교육한 결과 알루미늄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박의 강도는 유지하면서도 무게와 제작비용을 줄이기 원하는 조선 업계의 갈증을 정확히 공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칸정공은 향후 알루미늄 가공 기술을 활용해 레저용 선박, 소형 어선, 해경ㆍ해군용 경비정 건조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장 확대다.

㈜칸정공은 이 외에도 소수력 발전용 터빈과 스마트 태양광 가로등을 개발하는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박 대표는 “하루 2시간 30분 충전으로 3일간 빛을 내는 태양광 가로등을 개발했다”며 “선박 구조물 제작 기술을 적용해 내구성이 뛰어난 데다, 스마트폰으로 원격진단 및 조작도 할 수 있어 해외에서 시제품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재 1% 수준인 신사업 매출 비중을 내년 1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해양플랜트 EPCIC(설계ㆍ구매ㆍ제작ㆍ운송ㆍ설치) 기업 오션어스㈜는 중동 직접진출로 성과를 일군 케이스다. 아랍에미리트의 복잡한 법률과 세무절차 탓에 현지 진출이 번번히 좌절됐지만, 2016년 중진공이 운영하는 ‘두바이 수출인큐베이터’에 입주하면서 프로젝트 입찰이 가능해졌다. 사업 확대를 위한 고급 설계 인력 수혈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오션어스㈜는 최근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산하기관으로부터 4500만달러(약 52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최종 수주했다. 폐쇄적인 중동 정부 석유기관을 상대로 얻어낸 값진 성과다.

다만, 본업의 확장 또는 기술 활용이 쉽지 않은 일부 원자재 가공 업계에서는 “조선업황 부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경영악화 기자재 업체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도 나온다. 경남 통영에 위치한 선박용 평판 절단ㆍ가공업체 C사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격한 수주물량 감소로 62명이던 직원을 이달 31명까지 줄였다. 평판 모서리 가공 장비를 직접 개발해 관련 특허를 받는 등 기술력은 탄탄하지만, 활용처가 마땅치 않다. “결국, 조선업 빙하기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살아남으려면 금융권의 이자율 할인 및 대출금 상환 유예 등 자금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B사 대표의 요청이다.

경영악화 조선ㆍ해양 기자재 업체에 대한 4대 보험료 한시적 영세율 적용, 캠코의 ‘자산 매입 후 재임대 프로그램’ 개선 등의 건의사항도 나왔다.

한편, 영국의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전 세계 조선업황은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될 전망이다. 클락슨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8년 이후 선박 발주량을 종전 보고서(지난해 9월, 2950만 CGT)보다 낮은 2560만CGT로 예상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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