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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폭보다 무서운 주폭”…매 맞는 구급대원이 늘어난다
일주일에 한번꼴…4년새 4배
만취 민원인에 뺨맞는 일 다반사
캠 등 증거확보 법적대응 교육도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응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오히려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도움이 필요해 부른 119였지만, 결국 민원인은 가해자가 돼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출동을 나간 구급대원이 오히려 현장에서 폭행을 당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이튿날에는 서울 서초구에서 같은 사건이 벌어졌고, 지난달에는 서울 광진구에서 구급대원이 폭행을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24일에는 119구급차량으로 이송도중 구급대원의 팔목을 잡아당기면서 주먹을 들이대는 등의 폭행을 가한 30대가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크고 작은 폭행 사건이 반복되면서 타인의 안전을 지켜주는 구급대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구급대원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은 총 46번 발생했다. 서울 안에서만 일주일에 한 번꼴로 구급대원 폭행이 접수되는 셈이다. 지난 2012년에 13건밖에 접수되지 않았던 구급대원 폭행사건은 매년 늘어나 지난 2013년에는 22건, 2014년에 26건, 2015년에는 총 32건이 접수됐다.

접수된 사건도 증가 추세지만, 입건되지 않은 경우는 훨씬 많다. 한 일선 소방 관계자는 “술에 취한 민원인이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의 뺨을 때리거나 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며 “실제로 집계되지 않는 폭행 건수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구급대원들 사이에서는 아예 “화재보다 취객이 더 무섭다”는 농담 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

폭행 건수가 매년 늘어나자 일선 소방서에서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소방 관계자는 “예전에는 술 마시고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경우가 정말 빈번했지만, 대부분 신고를 안 했다”며 “최근에는 소방서 차원에서 대책반을 구성하고 대응을 지시해 엄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근무복에 ‘웨어러블 캠’을 달아 폭행 사건 발생 시 법적 대응을 위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소방서 내에 대응전담반을 꾸려 행동요령을 교육하는 경우도 늘었다.

현행법상 화재진압이나 구급활동을 하는 소방공무원을 폭행ㆍ협박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지난해에는 소방사법팀이 신설돼 구급대원 폭행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특별사법경찰관이 구급대원 폭행 사건을 전담하면서 처벌 수위도 강해졌다”며 “일선 구급대원들의 만족도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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