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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美행정부 잇딴 외교결례에 ‘심기불편’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다”

한국 안보와 역사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잇딴 실언에 정부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발언으로 난감할 때가 있다”고 호소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도의 사실여부를 떠나 지난 수천년간 한중관계의 역사에 있어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사진=게티이미지]

WSJ 인터뷰 발췌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북핵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10분간 한국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아니라 한국 전체(Not North Korea, Korea)의 역사”라며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 주석의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발언을 트럼프가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은 한국 역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일뿐만 아니라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로부터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고만 밝혔다.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와 관련해 백악관 외교 고문이 “사드 운용은 차기 대통령이 결정한 일”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마자 “주한미군 사드배치를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공동 입장”고 대응한 것과는 상반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의 논의과정에서 ‘외교 결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3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 당시 만찬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의사소통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틸러슨 장관은 인터뷰에서 “그들(한국 측)이 초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해 정부를 곤란하게 했다. 나중에 미국 측은 “소통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며 고의적으로 만찬일정을 맞추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면담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주한미군 숫자를 2만 8500명이 아닌 3만7500명이라고 밝혀 혼선을 줬다.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단순 실수였다”고만 밝힐 뿐, 이에 대한 공식 해명자료는 발표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결례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비사를 방송에 나와 깨알처럼 얘기해 외교 결례 논란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메르켈 총리의 악수제안을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 백악관은 “대통령이 질문(악수요청)을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영국 가디언지는 “트럼프가 여기저기서 ‘악수’를 외치는 취재진 목소리를 못들었을 리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 만났을 때도 아랫사람을 대하듯 19초간 손을 강하게 쥐고 흔들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만났을 때는 악수를 하며 손등을 갑자기 토닥토닥 두드려 결례라는 지적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외교 경험이 부족한 데다 실무라인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보니 실수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우리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도 인지하고 있다”면서 “결국 활발한 소통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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