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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상천외한 자전거 도둑] 5분만에 앞바퀴만 ‘휑’…서울 하루 18대 자전거 사라진다
-서울 한해 자전거 약 6500대 도난…매년 늘어
-도난 자전거 대부분 중고 매물…폐자전거 되기도
-지자체에 등록된 자전거 12만7000대, 1%에 불과
-전문가 “현행 자전거 등록제 확대ㆍ통합해야”


[헤럴드경제=한지숙ㆍ이원율 기자] “앞바퀴만 놔두고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잠금장치로 잘 묶어놔도 소용 없네요.”

대학원생 이광호(27) 씨는 원래 페달을 밟고 등하교를 하는 ‘자전거족’이었다. 아침마다 30분 남짓 운동하는 기분으로 거리를 달렸다. 하지만 이 씨의 자전거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처음 불안을 느낀 순간은 자전거를 묶은 잠금장치에서 긁힌 흔적을 봤을 때였다. 그 때문에 더 튼튼한 4만원짜리 잠금장치를 사고 번거로워도 매번 들고 다녔다. 우려가 현실이 된 건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학교 공터에 세워둔 자전거는 잠금장치가 걸린 앞바퀴만 쓸쓸이 남겨둔 채 감쪽같이 사라졌다. 폐쇄회로(CC)TV로 본 광경은 황당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자전거를 낱낱이 분리하는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씨는 이제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고 있다. 

자전거 이용인구가 늘면서 절도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등록제’ 확대ㆍ통합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123RF]

전국 자전거 보유대수가 1000만대를 넘는 등 자전거 이용인구가 늘면서 절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서울에서 발생한 자전거 절도 건수는 6484건이다. 2011년(2891건)보다 44.58%(3593건) 늘었다. 하루 17.76대꼴로 자전거가 사라진 셈이다.

절도의 대부분은 절단기로 잠금장치를 자른 뒤 통째 가져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통째로 들고가기 힘든 상황이면 몸체를 해체한 뒤 부품만 가져가는 일도 있다.

훔친 자전거와 부품은 주로 중고 매매사이트 매물로 전락한다. 최근 100만원 이상 고가 자전거가 많아져 도둑의 수입도 짭짤하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쓰려고 자전거를 훔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절도범 대부분은 생활비, 유흥비 마련을 위해 훔쳤다고 진술한다”고 말했다.

거래되지 않은 자전거는 다시 폐자전거가 되는 일이 대다수다. 폐자전거란 처분예고장을 붙여도 10일 이상 방치 상태로 있는 자전거를 말한다. 서울시 ‘폐자전거 연도별 수거현황’을 보면 2015년 수거된 폐자전거는 모두 1만5367대다. 2011년(5038대)와 비교 시 3배 이상 증가한 양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주인의식이 없으니 쓸모 없어지면 미련없이 방치한다”며 “훔친 자전거가 느는 만큼 폐자전거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자전거 동호회는 홈페이지에 자체 ‘자전거 등록’ 칸을 만드는 등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자전거 고유번호인 차대번호와 사진 등을 기록해둬 도난 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한 자전거 동호회 회원 박세환(29) 씨는 “체계적 관리가 안되니 도난 뒤에 자전거를 되찾은 회원은 거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도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자전거 등록제’ 전면 시행이 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전거 등록제는 보유 주민이 행정당국에서 고유스티커를 받아 자전거에 붙이는 방식으로 도난을 예방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스티커는 떼버리면 그만이다.

지자체 자율로 시행하는 자전거등록제도는 ‘있으나 마나’ 존재감이 없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현재 자전거등록제를 시행하는 시군구는 서울시 강동ㆍ노원ㆍ양천구 등 3개구와 인천시 연수구, 울산시 중ㆍ남구, 경기도 광명ㆍ의왕ㆍ안양ㆍ용인ㆍ과천시, 경북 상주시, 경남 김해ㆍ창원시, 경남 함양군과 제주도 등 13곳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13곳 지자체에 자전거 등록대수는 12만7000대다. 전국 자전거 보유대수의 1% 남짓이다. 이 중 광명시가 3만6000대로 가장 많고, 노원구 3만4000대, 양천구 2만8000대 등 단 3곳이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대부분 미미하다. 의무 등록제가 아닌 자율 등록제이고 지자체가 의욕적이지 않아서다. 자전거 분실ㆍ도난 방지를 위한 자전거등록제 성공여부는 오롯이 지자체 의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당초 통합 자전거등록제 시스템 구축에 올해 예산 11억원을 계획했는데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에서 전액 삭감돼 추진이 어렵게 됐다”며 “지자체가 자율로 등록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유도 중”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자전거 등록제는 기초자치단체마다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무용지물이 된다”며 “절도가 잦은 구역 위주로 자전거 등록제 시스템을 확대ㆍ통합해야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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