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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니미츠호가 한반도 해역으로 온다는 말은 없었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진입할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니미츠호가 실제로는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에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외신과 언론은 한반도 위기설이 떠돌면서 미국의 항모전단 3개가 한반도 주변에 집결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 항모전단의 항로를 둘러싼 논란은 국가보안상 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군 환경을 미 정부와 외신이 이용하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미 워싱턴 주 브레머튼을 모항으로 하는 니미츠호의 서태평양 진입설은 지난 15일 대만중앙통신이 일본 언론매체를 인용보도하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하지만 대만 중앙통신이 인용한 지지(時事)통신은 니미츠호가 한반도 해역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적이 없다. 중앙통신이 인용한 지지통신의 ‘주일미군 유사시 대비…F35B와 특수작전기-정부, 항모동향 주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해군 관계자는 이렇게 언급했다.

“태평양에서는 칼빈슨과는 별도로 항공모함 니미츠가 항해 중.”

여기에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칼빈슨 외에 여러 항모가 일본 근해에 추가파견되는 상횡이 되면 미국이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했다. 니미츠호가 한반도 해역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발언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매체가 인용한 미 해군 관계자는 니미츠호가 태평양을 항해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 서태평양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밝힌 적이 없었다. 니미츠호는 최근까지 남부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실전 재배치를 위한 훈련(COMPTUEX)을 진행했다. 결국 니미츠호가 한반도 해역으로 전개된다는 대만 중앙통신의 보도는 칼빈슨호 외에 미국 항모 1척 이상이 한반도 해역으로 전개되면 미국의 북한 예방적 타격 가능성이 커진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분석이 잘못 번역된 것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도 니미츠호의 한반도 해역 전개 관련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전문가는 “일본 요코스카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호에 이어 니미츠까지 서태평양에 배치되는 것은 전시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남중국해와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로널드 레이건호와 칼빈슨호를 한반도 해역 쪽에 배치하더라도 니미츠호를 서태평양 해역으로 보내는 것은 미 군사전략 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또다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항로를 둘러싼 논란은 미 정부의 정보 혼선에서 비롯됐다. 북핵 위협에 맞서 한반도 해역에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보냈다던 미국의 발표와는 달리 칼빈슨호는 실제 한반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칼빈슨호가 인도네시아 해역에 있는 사진이 공개됐고,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칼빈슨호가 실제로 한반도를 향하고 있지 않다고 17일 보도했다. 결국 미 태평양 사령부는 18일 “칼빈슨호는 호주 해군과의 정기훈련 이후 지시대로 서태평양을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벤험 미국 태평양 사령부 대변인은 칼빈슨호가 싱가포르에 있다가 호주로 갈 예정이었으나 경로를 바꿔 한반도로 기수를 돌렸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이를 확인했다. 

의도적인 것이었든 아니든, 칼빈슨호가 인도네시아 해역에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칼빈슨호가 15일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따라 한반도 인근 해역에 진입할 것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아사히(朝日) 신문은 일본 해상자위대가 칼빈슨 항모전단과의 공동훈련을 4월 말로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소식통도 헤럴드경제에 “칼빈슨 항모전단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공동훈련은 15일 전후가 아닌 25일 전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우리 군도 칼빈슨 항모전단과 연합훈련을 협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들을 종합하면 칼빈슨호는 오는 25일께 동해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칼빈슨호의 한반도 해역 진입시기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주한미군 측은 칼빈슨호가 서태평양으로 항로를 변경했다는 보도가나온 이후 “항모의 항로나 일정에 대해 밝힐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밝힌 것 외에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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