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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능 멈춘 정부 ‘무두절’ 반년…수출·투자 이끈 건 ‘시장’
대한민국, 대통령 탄핵에 ‘선장없는 배’
총리 권한대행체제 국정운영 한계 불구
반도체 등 수출 주력품목 경제회복 견인役
IMF이어 KDI도 올 성장률 전망치 상향
전문가 “정부개입 축소 시장정책확대” 조언

‘무두절(無頭節)’. 흔히 공직사회에서 휴가, 출장 등으로 ‘상사가 없는 날’을 뜻하는 말이다. 정부부처 장차관, 국장급 등 고위공무원들이 업무를 위해 서울에 상주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관가의 기강해이를 꼬집는 단어가 됐다.

‘무두절’은 비단 공직사회 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통용된다. 더 넓게보면 대한민국도 지난 반년간 ‘무두절’과 다름 없었다. 국정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며 사실상 ‘선장없는 배’ 처지가 됐다.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 키를 쥐고 있지만, 국정운영에 있어 운신의 폭은 누가봐도 한계가 있다. 국가적 위기상황이라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는 회생의 길로 들어서 순항까지 예고하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경제 성장률 전망이 잇따라 상향되고, 수출이 질주하며 투자와 생산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국정 위기 속에서도 수출 호조에 이은 생산ㆍ투자 개선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이 잇따라 상향조정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에도 경기가 기지개를 켜는 원동력을 ‘시장의 힘’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 경기불황 속에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정부 부재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의 역할은 기업 활동이 원활하도록 길을 터주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18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0.1% 상향한 2.7%로 올려 잡았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같은 날 발표한 ‘2017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2월 제시한 2.4%보다 상향 조정한 2.6%로 내다봤다. 정부기관인 한국은행이 최근 성장률 전망을 2.6%로 올린 데 이어 연이은 호전망에 경기회복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 회복의 영향력이 컸다. 지난달 수출액은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 등 주력품목 수출 호조 속에 488.8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7% 상승한 수치로 66개월만에 석달 연속 두자릿 수 증가했다. 수출이 늘며 투자도 함께 늘었다. 지난 4분기 설비투자는 전기대비 5.9%, 전년대비로는 2.0% 증가했다. 탄핵 정국의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진 투자가 최근 경기전망 릴레이 상향에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이젠 정부가 무엇을 하느냐 보다는 시장이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한 시기”라며 “세계 경기가 영향을 받고 내수가 부진한 문제는 산업, 서비스, 고용 등이 있는데, 정부는 시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막힌 것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아도 기업들은 알아서 내공을 키우고 글로벌 경제와 경쟁하는 조직이다”이라며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주는 정도가 맞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또한 “한국은 현재 시장실패보다 정부실패 문제가 더 크다”며 “정부개입을 줄이고 시장기반 정책환경이 확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재훈ㆍ배문숙 기자/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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