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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도 유권자입니다 ①] 공약도 모르고 투표해야 하는 시각 장애인
- 점자형 선거공보 의무화됐지만 분량제한
- 같은 분량에 3분의 1 내용만 담겨
- 음성변환 QR코드 이용률 저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유권자가 자신을 위한 정책을 펼 정치인에게 합리적인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그 후보자에 대한 정보와 공약에 대해 이해해야만 한다. 특히 교통과 거주,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정책적 수요가 큰 장애인에게 한 표의 무게는 크게 다가온다. 그러나 시각 장애인들은 후보와 공약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2017대선장애인연대는 최근 국가총생산(GDP)대비 평균 장애인 복지지출을 OECD 평균인 2%대로 끌어올리고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보장하라는 등의 15개 요구 공약을 내놨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각 후보 캠프도 이들의 요구를 받아 장애인 공약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후보자에 대한 기본 정보와 공약의 세부 내용을 담은 선거공보는 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장애인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를 고르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되는 점자형 선거공보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지난 2015년 점자형 선거공보 배부가 의무화됐지만 인쇄형과 동일한 매수로 분량이 제한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은 전체 정보의 3분의 1만 습득한 채 투표소로 향해야 한다. [사진제공=부산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현행 공직선거법 제65조 4항은 대통령선거나 지역구 국회의원, 지자체장의 후보자가 시각장애 선거인을 위해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출토록하고 있다. 그동안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작해 배포할지 여부는 후보자의 선택에 맡겨져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7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점자형 선거공보가 의무화되면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단체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형 선거공보로부터 선거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 분량이 일반 인쇄형 선거공보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선거의 경우 16매 이내로 제한돼 있기 때문.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2007년까지는 점자형 선거공보의 내용이 인쇄형 공보물의 내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돼 있었지만 2008년 법 개정으로 같은 수준으로 맞춘 것”이라며 진전된 내용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측은 “인쇄된 내용을 점자로 바꾸면 최소 3배가량 분량이 늘어나므로 분량을 인쇄물과 동일하게 제한하면 결국 시각장애인은 1/3의 정보만 얻는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27조는 “공직선거 후보자 및 정당은 장애인에게 후보자 및 정당에 관한 정보를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도의 수준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배치되는 부분이다. 지난 2005년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지적해 점자형 선거공보물의 매수와 무게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도록 권고했지만 이후 무게를 제한하는 부문만 폐지됐다.

제한된 비용과 시간 등의 문제를 감안해 점자형 선거공보물을 QR코드나 보이스아이 등 음성으로 내용이 출력되는 전자적 표시로 대체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전자적 표시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 지난 2016년 4ㆍ13 총선에 출마한 전체 937명의 후보 중 전자적 표시를 활용한 후보는 39명에 불과했다. 3명은 점자자료와 전자적 표시 어느 것도 제출하지 않았다.

장추련 관계자는 “후보자들이 장애인을 유권자로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아무리 좋은 정보접근 방식을 도입해도 실제 활용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선거공보만이 아니다.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의 세부 내용을 분량이 제한된 선거공보에 모두 담기 어렵다보니 선거법 상 선거공약서를 별도로 작성해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분량은 선거공보의 2배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후보자가 점자형 선거공약서를 장애인들에게 배포해 자신의 공약 세부 내역을 알릴지 여부는 후보자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선거공약서 배부 자체가 선택사항이기 때문. 그러나 선거와 관련해 개인에게 배포되는 모든 자료는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하므로 전체 제작분의 일정 분량을 점자형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 장애인 단체들의 요구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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