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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임시장 ‘혈세먹는 졸작’...‘정찬민 법’ 등장할까
[헤럴드경제=박정규(용인)기자]전임 시장이 치적으로 시행한 대형 사업이 ‘졸작’으로 평가되면 누가 책임을 져야할까. 지자체 장은 당선되면 치적을 쌓기위해 대형 사업을 펼친다. 재원은 모두 혈세다. 하지만 막상 수천억원을 투입해 건설된 사업장이 ‘무용지물’로, ‘혈세먹는 하마’로 전락하면 혈세는 물론이고 후임시장에겐 큰 골칫거리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내년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용인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지자체장 오판이 빚어진 심각한 ‘재앙’을 재조명해본다. 한때 파산직전까지 갔던 용인시의 채무는 전임 시장이 대형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탓이었다. 

[사진=용인시민체육공원 건설현장]

정찬민 용인시장은 “1년에 몇차례 사용하고 방치할 시설이라면 혈세낭비”라고 성토했다. 그는 “기왕에 저질러 놓은 시설, 보다 좋은 시설로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저질러 놓은 시설’이라고 표현한 만큼 이제는 ‘정찬민 법(法)’이라도 만들어 지자체장 선심성 공약을 막고, 구상권 청구라도 가능한 법을 이제는 제도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높다.

용인시에는 정찬민 용인시장 이전 전임시장 2명이 ▷용인경전철 ▷용인시민체육공원 ▷용인 아르피아 타워전망대 ▷용인 역북지구 개발 등 4가지 사업을 펼쳤다. 모두 수요 예측이 잘못돼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시장에 당선돼 조사해보니 용인시라는 이름 석자만 남기고, 모두 바꿔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사진설명=정찬민 용인시장이 지난 1월17일 채무제로를 선언하고있다.]

수요예측 뻥튀기..빚더미 용인경전철=용인 경전철은 엉터리 수요 예측을 근거로 건설되면서 부실에 따른 파국이 예고됐다. 민간 자본 투자 방식으로 1조32억원이나 투입된 용인 경전철은 용인시가 30년간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보전해줘야한다. 개통 당시 하루 평균 이용객은 8713명에 불과했다. 소송에서도 패소해 건설비 5159억원도 물어줘야 했다. 시는 이 비용 마련을 위해 막대한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재정은 휘청거렸다.

정 시장은 먼저 대대적인 경상비 절감과 대규모 투자사업 축소 등 혹독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5급 이상 공무원은 기본급 인상분을 자진 반납하고 직원들은 맞춤형 복지포인트를 50% 삭감했다. 업무추진비, 초과근무수당, 일일 숙직비, 연가보상비, 여비, 수용비 등을 25~50% 삭감했다. 비품구입비를 절감하려고 중고를 매입했다. 대규모 예산 사업은 시기를 늦추거나 축소했다. 세수 증대를 위해 체납세 징수율을 높였다. 유휴 공유재산은 매각했다. 이자가 높은 차입금은 조기 상환하거나 경기도 지역개발기금 등 저리의 차입선으로 전환해 이자를 절감하고 복지와 교육분야 지원도 줄였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지난 1월 17일 기자회견에서 “2014년 7월 취임 당시 8000억원에 달했던 채무를 모두 갚아 ‘채무 제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솔로몬 지혜’ 찾는 용인시립체육공원 활용 방안=정 시장이 혈세 3200억원이 투입된 용인시민체육공원 활용 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있다. 용인종합운동장이 이미 운영중이어서 굳히 또다른 경기장이 필요없는데도 용인시민체육공원은 8년전 착공됐다. 용인시민체육공원은 완공 전부터 ‘애물단지’라는 혹평을 받았다. 효용론 조차 ‘안갯속’인 이 체육공원 설립에 혈세 수천억이 투입됐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내 5200평 사용 아이디어 주세요’라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내놓았다. 올해말 완공예정인 용인시민체육공원 설립 자체가 졸속 행정이라는 점도 분명히 인정하고 비판했다.

정 시장은 “제가 취임전에 이미 착공된 것이어서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졸속 과잉투자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경기장만 놓고 보면 과연 우리 용인시에 이러한 시설이 필요했는가 하는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정 시장은 ▷태부족한 주차장 ▷연결도로 미비 ▷보조경기장 전무 ▷비효율적 실내구조 등 산적한 문제가 쌓여있다고 밝혔다. 정 시장은 “밤잠을 설치는 저의 고민을 해결해 주실 솔로몬의 지혜를 찾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용인 아르피아 타워전망대=아르피아 타워는 지난 2012년 4월 사업비 198억원을 들여 높이 106.2m, 지하 1층~지상4층(연면적 2125㎡) 규모로 건립됐다. 아르피아 타워는 시민친화적 목적으로, 하수종말처리장의 흉물스런 굴뚝 외관을 유리로 감싼 형태로 지어졌다. 하지만 주변에 아파트와 고속도로 외에 마땅한 볼거리가 없어 관람객의 발길이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공간이 협소하고 실내도 ‘ㅁ’ 구조여서 활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공사는 지난 2013년 12월 전망대 내부를 미니 도서관으로 꾸몄지만 호응이 없자 스몰웨딩홀로 리모델링을 하고 시민에게 무료 대관하고있으나 반응이 신통치않다.

용인 역북지구 ‘이상한’ 토지리턴제 분양=정 시장은 “경전철 문제뿐 아니라 역북지구 택지 분양에 실패한 용인도시공사가 3000억원이 넘는 빚을 져 용인시는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며 2014년 7월 취임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회상했다. 이 지구에 대한 토지분양사업은 한때 용인도시공사를 파산위기로까지 몰았다. 용인 역북지구 개발사업은 용인도시공사가 2010년부터 손을 댔다가 부동산경기 침체로 토지를 매각하지 못해 한때 4000억원이 넘는 부채에 시달렸다.

특히 매수자가 토지 활용을 포기하고 반환을 요청하면 원금과 이자를 다시 돌려주는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택지를 매각했다. 매수자가 리턴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2700억원을 대출받아 ‘돌려막기’까지 했다. 매수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매각방식은 토지공사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갔다.

정 시장은 취임 직후 역북지구 토지 매각을 위해 건설사 관계자를 직접 만나 세일즈를 하는 등 용인시 전체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끝에 2014년 말 모든 공동주택 용지 매각, 2015년 단독주택 용지 1차분 매각을 거쳐 지난해 거의 모든 필지를 매각했다. 정 시장은 ‘죽을 힘을 다했다’고 했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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