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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멍드는 쌍용차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다. 어떤 사물에 놀란 사람은 비슷한 것만 봐도 겁을 낸다는 뜻이다. 외모 때문에 잠깐이나마 공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솥뚜껑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자라 입장도 그리 유쾌하지 않다. 솥뚜껑보고 놀라는 사람이 나올 때마다 공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미지 쇄신은 쉽게 물건너 간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자라처럼 속앓이를 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쌍용자동차이다. 중국 기업에 인수된 이후 상당한 트라우마를 겪었던 까닭에 중국의 한국 기업 인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라’가 되고 있다.

이번에도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부터 속앓이가 시작됐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막기 위해 금호타이어의 중국 기업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는 기억하기 싫은 자라의 추억을 다시금 떠올려야 했다.

또 금호타이어 인수전을 둘러싸고 매일같이 쏟아지는 뉴스 속에 등장하는 ‘제2의 쌍용차 사태’라는 표현은 현재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쉽게 벗겨지지 않는 굴레와도 같았다. 특히나 지금처럼 경영이 정상화되고 과거 정리해고됐던 직원들의 복직도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까닭일 것이다. 쌍용차 내부에서 자라가 아니라는 항변의 목소리도 들린다. 특히 ‘제2의 쌍용차 사태’라는 표현에는 기술유출과 대규모 정리해고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는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먼저 기술유출이 없었다고 강조한다. 한 때 임직원의 기술유출 논란이 있었지만,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받았고 당시 ‘기술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상하이차는 아직까지도 SUV 차량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기술유출과 쌍용차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또 대규모 정리해고도 현재 상당부분 치유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를 향하는 ‘제2의 쌍용차 사태’라는 표현은 분명히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쌍용차는 지난 2013년 400명이 넘는 무급휴직자를 복직시켰으며, 최근에는 ‘G4렉스턴’ 출시를 앞두고 60명을 추가 복직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차의 속앓이는 상당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유출과 추가 복직을 떠나 쌍용차 사태가 28명에 이르는 해고자와 가족들의 안타까운죽음으로 이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곧 근로자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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