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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토론전쟁’ 개막…적어도 100명 중 8명은 마음 바꾼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현대 선거의 꽃’이라는 TV토론의 막이 올랐다. ‘독한 썰(舌)전’이 시작되는 셈이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의 여론조사 및 연구분석에 따르면 거의 모든 유권자가 후보자 TV토론을 1번 이상 시청하고, 그 중 최소 8%는 지지후보를 바꾸거나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 19대 대선 후보자간 TV토론도 13일 시작돼 시청자 표심 뺏기 경쟁에 들어갔다.

이날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3차례의 TV토론회를 포함해 모두 다섯번의 결전이 펼쳐진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의 지지율 차이로 박빙경쟁을 벌이고 있어 TV토론에서의 승부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TV토론에선 역대 처음으로 기조 연설을 없애고 원고에 의존하지 않는 ‘스탠딩 방식’이 처음 도입돼 선관위 주최 방송 중 2차례에 적용된다. 


TV토론은 영상 미디어가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현대 선거의 ‘꽃’으로 꼽힌다. TV토론이 각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지후보를 바꾸는 ‘전환효과’보다는 기존 결정을 굳히는 ‘강화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 결과지만, 제 19대 대선이 조기에 치러지는데다가 양강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경쟁을 벌이는 경우 당락을 좌우하게된다. 실제로 TV토론 문화가 가장 앞선 미국의 경우 TV토론이 역대 대선에서 판세를 좌우한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한국정당학회가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500여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총 2회에 걸쳐 사전ㆍ사후 추적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6.7%가 TV토론회를 한번 이상 시청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당시 3차에 걸친 공식 TV토론의 평균 시청률은 40.9%(지상파ㆍ보도ㆍ종편채널 합산)였다. TV토론을 시청하고 지지후보를 바꿨다는 유권자는 전체 응답자의 5.5%, 지지후보자가 생겼다는 응답률은 2.8%였다.

TV토론에선 정책 대결이 우선에 놓이지만, 실제로 유권자들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말 한마디’와 후보자의 어조ㆍ태도ㆍ제스처 등 ‘시청각적 이미지’다.

미국 역사상 첫 TV토론이었던 1960년 존 F.케네디와 리처드 닉슨 후보간의 대결은 현대선거전에서 ‘영상미디어’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리처드 닉슨은 달변가로 이름을 떨쳤고, 두 후보간 라디오 토론에서는 승부를 가리기가 어려웠으나 TV토론이 이뤄진 후에는 판세가 달라졌다. 정치 신예 케네디는 젊고 패기만만한 면이 두드러졌다. 반면 닉슨은 토론 내내 창백한 얼굴에 땀을 흘리는 모습이 유권자들에 부정적 인상을 남겼다. “미국은 훌륭한 나라이지만 더 훌륭해질 수 있다”는 케네디의 한 마디는 결정타였다. 영화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TV토론에서 압승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첫번째 선거 도전이었던 1980년 지미 카터와의 TV토론은 8천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 상대의 공격에 “또 시작하는군요”라고 여유있게 받아쳤고, 유권자를 보며 “4년전보다 형편이 나아졌습니까”라고 물었다. 재선에선 상대인 월터 먼데일이 나이 문제를 거론하자 레이건은 “나는 상대방 후보가 너무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며 역공했다. 대성공이었다. 조지 H. W 부시는 초선 도전에서는 인간미를 뽐내며 마이클 듀카키스를 넉아웃시켰으나 재선 도전에서는 연신 시계를 흘끗거리는 초조한 모습을 보여 빌 클린턴에게 졌다.

화려한 언변으로 지지층을 얻기 보다는 단 한번의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1976년 미국 대선 토론에서는 제럴드 포드가 “동유럽에 소련의 지배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가 최고군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을 의심받고 결국 낙선했다. 1988년엔 마이클 듀카키스가 부시로부터 “당신의 아내가 살해당한다고 해도 범인 사형에 반대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짤막하게 “사형제를 반대한다”고만 답변해 “비인간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이번 우리 대선에서는 ‘말한마디’와 ‘이미지’ 뿐 아니라 구도도 승부를 가를 변수다. 문 후보를 나머지 후보들이 집중공격하는 ‘일대다’구도로 논쟁이 진행되느냐, 문-안 두 후보가 맞대결하는 양상이 되느냐, 구(舊) 여야, 보수-진보의 대결구도가 되느냐에 따라 승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3면)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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