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단설유치원 선호도 높아 논란 활활
-학계 “단설이 교육 질 높지만 비중 미미, 증설 필요”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유아교육 정책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병설 유치원’ 오보 논란까지 포함해 캠프 차원에서 세 차례나 해명했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선호도와 사립유치원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불씨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안 후보는 11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주최한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대회’에 참석해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고, 사립유치원에 대해 독립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소음 때문에 일부 언론이 안 후보의 발언을 ‘병설유치원’으로 보도했고, 안철수캠프는 즉시 정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1일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대회’에 참석해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고, 사립유치원에 대해 독립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
안 후보도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명 게시글을 올렸다. “단설 유치원 신설은 자제하되 전국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6000개 학급을 추가로 설치해 공립유치원 이용률을 4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병설유치원 증설은 현장에서 발언하지 않은 내용이다. 캠프 정책팀장 채이배 의원도 추가 해명에서 “대형 단설유치원은 부지를 매입하고 건설을 완료하기까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며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더 많은 병설유치원을 신설하겠다”고 덧붙였다.
캠프의 해명에도 12일까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교육비 부담이 큰 사립보다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는데, 국공립 가운데 병설보다 단설의 교육 환경이 우월해 증설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안에서 1~3개 학급으로 운영되지만, 단설유치원은 별도의 부지에서 단독 건물을 사용한다. 또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교장이 원장을 겸직하고 급식, 방학 등 제도도 초등학교 위주로 실시된다. 단설유치원의 경우 별도의 영양사를 고용하고 통학버스를 운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채 의원은 “단설유치원처럼 병설유치원의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전국 유치원 가운데 국공립유치원의 원아 수용 규모는 약 20%에 불과하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공립 단설유치원은 전국에 308개소만 있어 전체 3.4%에 그친다. 기관 수는 적지만 선호도는 높아 입학 경쟁이 치열해 ‘꿈의 유치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만 부지 매입과 건립에 예산이 많이 들어 지자체 차원의 추진은 더딘 상황이다.
단설을 포함한 국공립유치원 증설 문제는 사립유치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은 학부모 선호도가 높고 수용 원아가 많은 대형 단설유치원이 인근에 들어서면 원아 수가 급감하거나 폐업 위기에 몰린다는 이유로 관련 법안이 제출될 때마다 강하게 반발해왔다. 안 후보가 참석한 행사에서도 “국공립 신ㆍ증설 즉각 중단하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붙었다.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유아교육 차원에서 제약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국공립 가운데 단설유치원 증설을 요구해왔다”며 “국공립유치원 건설을 시작부터 병설로 했기 때문에 단설의 비중이 훨씬 적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립유치원은 강력한 이익집단이다. 조직화ㆍ집단화된 요구가 (안 후보의 발표에) 반영된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성애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학부모들은 단설유치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지만, 원아 수가 적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병설유치원이라도 늘리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당에서는 안 후보의 정책을 비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안 후보는 학부모들의 수요가 가장 높은 것이 국공립 단설유치원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단설유치원에 문제가 있다면 해소하면 되지 신설을 제한한다는 발상은 어처구니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공립 단설유치원에 보내기 위한 학부모들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안다면 이 같은 공약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했다.
권인숙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안 후보의 ’공공 보육 축소‘ 발언을 접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떠올랐다”며 “안 후보의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당장의 구체적 이해당사자의 표를 얻기 위해 사립유치원 운영자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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