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의 젊은 시절을 ‘반전남’으로 기억했다. 김 교수는 유 후보가 1987년부터 2000년까지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으로 근무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4~5년 가까이 ‘옆방’을 썼던 이웃이다. 그 인연으로 지금도 유 후보의 경제 정책 자문을 맡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시절의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 [사진제공=유승민캠프] |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원내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공개 비판했던 유 후보의 성격을 나타내는 별명이 ‘전천후 폭격기’다. 김 교수는 “유 후보는 윗사람이 부당한 지시를 하면 들이받기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강경파’던 유 후보는 ‘온건파’였던 당시 이규혁 전 원장과 경제 정책을 두고 심각한 토론을 하다 보면 심야 술자리까지 이어지는 날도 잦았다고 한다. 김 교수는 냉철한 학자 이미지의 유 후보가 실은 “음주가무를 좋아하고 왕년엔 주량이 소주 10병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 후보 캠프에서 활약하는 최측근 이혜훈 의원과의 인연도 할 말은 하는 성격 덕분에 시작됐다. ‘성 평등’이란 개념도 생소하던 90년대, 남초 직장이던 KDI에서 여성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높아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그때 ‘남자들 아주 못 됐다. 너희가 애들을 키워봤느냐?’라고 항의한 사람이 유 후보”라며 “비슷한 어려움을 겪던 이 의원을 유 후보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지금까지도 충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맨 오른쪽)와 한국개발연구원 ‘옆방 이웃’이었던 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맨 왼쪽). [사진제공=김인규 교수] |
유 후보는 ‘개혁 보수’를 표방하며 세제와 노동, 복지 정책에서는 과감한 정책을 주장한다. 김 교수는 유 후보의 이런 성향이 2002년 이 전 총재의 대선 패배 이후 형성됐다고 본다. 그는 “대선에 지고 한림대 연구교수로 생활하며 자장면, 순대국 먹고 서민 생활을 하면서 진보적으로 바뀐 것 같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왜 졌을까 반성한 것이다. 유 후보는 이후에도 노 전 대통령이 양극화 문제와 분배 의제를 시대를 앞서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다가오는 조기 대선에도 좀처럼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는 유 후보를 두고 당내외에서 ‘후보 단일화론’이 나온다. 김 교수는 “유 후보는 승부 근성이 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조건으로 단일화해서 지면 깨끗이 승복은 하겠지만, 그냥 포기할 사람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일을 추진할 땐 불 같지만 언제나 한결같은 산과 같은 사람. 김 교수는 유 후보에 풍림화산(風林火山ㆍ바람처럼 빠르고,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묵직하다)이란 고사성어를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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