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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시행 6개월…사실상 ‘유명무실’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공직자가 부정청탁이나 금품을 받으면 대가와 관계 없이 처벌하도록 한 청탁금지법(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이 시행된지 6개월을 넘겼지만, 법을 위반해 수사나 과태료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손에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초기 우리사회 ‘접대 문화’에 일대 변화를 일으킬 제도로 주목받았지만, 2000여건 신고 중 수사나 재판에 넘어간 건 57건에 지나지 않는다.

청탁금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지난달 10일까지 전국 23852곳 공공기관에서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한 건 총 38건이다”고 밝혔다. 공직자가 직무관련성이 있는 상대에게 100만원이 넘지 않는 금품을 받았을 때 소속기관등은 과태료를 부과해달라며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과태료 재판이 열리는 전국 지방법원은 총 18곳이다. 산술적으로 법원 한 곳당 2~3건의 청탁금지법 과태료 재판이 열리는 셈이다. 11일 현재까지 서울중앙지법은 세 건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 동부지법에는 모두 3건이 접수돼 심리하고 있고, 서울남부지법에는 1건이 접수됐다. 이 건은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공직자가 1회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아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경우는 19건 있었다. 

반면 각 공공기관에 접수된 신고는 수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권익위는 법 시행 후 전국 23852곳 공공기관에 접수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2311건으로 집계했다. 접수되는 신고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권익위가 지난해 12월 16일 파악한 전국 공공기관의 청탁금지법 신고 건수는 1316건인데, 이후 지난 4개월 동안 약 700여 건의 신고만 추가로 이뤄졌다. 

수천 건의 사건이 신고되지만 과태료 재판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신고 요건을 채우지 못해서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신고요건을 맞추지 못한 경우 각기관과 권익위 내부에서 자체 종결처리된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4조에서는 소속기관장이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받으면 신고자에게 신고 내용을 특정하는데 필요한 사항과 증거자료가 확보됐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4조에서는 이같은 점이 충족되지 않으면 소속기관장이 사건을 자체 종결처리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고 내용이 거짓이라고 판단되거나 법위반 사실을 파악할 수 없을 때도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지난 6개월 간 각 기관에 접수된 2311건 신고 가운데 총 2254건이 종결처리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상당부분 신고 요건을 맞추지 못해 자체 종결된다”며 “신고 요건이 엄격해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의 합성어ㆍ청탁금지법 위반자를 쫓는 공익 제보자)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신고 건수와 실제 처벌 건수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선 주무부처인 권익위나 각 기관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태료 부과를 요청하는 각 기관이나 권익위가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은 경우 형벌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라 수사기관에서도 수사할 수 있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과태료 사안의 경우 신고자의 입증 책임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권익위나 각 기관은 강제 조사권익위나 각 기관에서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조사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노종천 협성대 법대 교수는 “제도 정착단계이므로 문제점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청탁금지법을 신고해 위반으로 판명될 경우 금전 보상이 약속된만큼 신고자가 입증책임을 지는 것도 정당하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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