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11일 공개한 외교문서 23만여쪽(1474권)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북소 관계를 경계한 것을 이용해 한미군사훈련 감축 협의와 군사안보분야에서 남북미중 4자 회담을 검토했다. 해당 계획은 ‘모란’ 구상이라는 암호명으로 추진됐다.
외교부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심의를 통해 공개한 가운데, 1986년 5월 한미 양국은 외교장관 회담을 준비하면서 ‘모란’ 구상을 했다. 조지 슐츠 당시 미 국무장관은 방한을 계획하면서 북소관계 긴밀화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외교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리처드 워커 주한 미대사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방중(85년 11월) 결과를 한국에 알리며 “미국이 대북관계에 있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경우 중국도 대(對)한국 문제에 있어 더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왔다.
키신저 전 장관은 덩샤오핑 중국 국가주석의 요청에 따라 ‘정치문제에 대한 남북한 양자회담’과 ‘군사안보 문제에 대한 남북미중 4자회담’을 구상했다. 특히,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의 건설적 자세를 유도하고 남북 군사훈련 감축, 군사문제에 대한 남북대화에 진전이 있을 경우 미중이 옵서버로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미국은 이러한 구상안을 한미 협의에서 제안했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 측은 같은해 1월 21일 “북한의 군사활동 축소를 전제로 한 팀스피리트 훈련 변경 가능성을 검토하자”고 제의했다. 한국 측은 “88년까지 현 규모의 팀스피리트 훈련 변경은 안된다”고 반대했다. 1988년은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해다.
그러나 3월 20일 한국 측은 비공식적으로 ‘모란’ 구상에 미 측 의견을 받아들였다. 문서에 따르면 “미 측이 사교행사에서 북한 관리가 접근해올 경우 대화를 허용하는 문제와 북한 학자의 미국 입국에 대한 전진적 자세를 고려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했다. 한국은 미 측에 ‘북한산 계획’을 목표로 이러한 입장을 전했다 .
암호명 ‘한강개발계획’의 일환이었던 북한산 계획은 한중과 북일 간 무역대표부를 설치하는 구상안이었다. 전두환 정부는 84년부터 이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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