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전ㆍ현직 임원들의 첫 공판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박 전 사장은 특검에서 지난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에서 2차 독대한 뒤 상황을 상세하게 진술했다.
진술 내용을 종합하면, 박 전 사장은 독대가 끝난 25일 오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에게 급히 연락을 받고 회의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회의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승마협회 운영에 대해 크게 질책을 받았다고 전달했다. 박 전 대통령이 “승마는 말이 중요하므로 좋은 말을 타야하고 해외 전지훈련도 가야하는데 삼성이 이러한 사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삼성이 한화만도 못하다”고 꾸짖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독대시간 30분 가운데 절반인 15분 남짓을 승마 지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데 썼다.
박 전 사장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빔 같다는 언론 기사가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독대 이후 삼성의 승마지원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삼성은 지난 2015년 8월말 최 씨의 독일법인인 코어스포츠와 213억원 대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그해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는 총 77억 9000만원 상당을 말 구입비 등 명목으로 선지급했다.
이에 앞서 최 씨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는 “박 대통령이 최 씨 딸 정유연(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을 친딸처럼 아낀다”며 삼성 측에 300억원 상당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사장은 특검 조사에서 “박 전무가 ‘최순실 씨 말 한마디가 대통령에게 전달된다’고 했다”며 정유라를 포함해 각 승마종목별 4명의 선수에게 300억원 지원을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박원오가 VIP와 최순실의 친분관계를 언급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라고 생각해 황성수를 독일로 출국하게 했다”며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삼성에서 하는 일에 고춧가루를 뿌릴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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