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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몸매로 디자이너를 한다고?” 외모도 실력 이라는 의류업계
취업전쟁에 우는 청춘들

국내 굴지의 의류 업체에 디자이너로 입사하려던 박모(28ㆍ여) 씨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대학 시절 성적, 외부 활동 경력, 실무 평가 등 모든 분야에서 합격선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 평가 받았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최종면접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종면접에서 면접관으로부터 들은 말은 더욱 박 씨를 당황스럽게 했다. 해당 면접에 참석한 한 면접관은 박 씨에게 조언하는 말투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려면 지금의 몸매로는 합격하기 힘들다. 자신이 만든 옷을 입을 수도 없는 몸을 가진 사람을 뽑아주려는 의류업체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평소 통통한 몸매가 콤플렉스였던 박 씨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났지만, 현실을 인정하며 극단적인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국내 의류ㆍ패션업계에서 신입 디자이너나 인턴 디자이너 등을 채용할 때 외모나 옷차림 등을 결정적인 결격사유로 두고 있는 관행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중소ㆍ중견 의류ㆍ패션업체들에선 신입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지원자들의 구체적인 신체 정보를 입사 지원서 등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관련 업계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입사지원서 등을 살펴보면 구직자들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신체 정보는 꽤나 구체적이다. 키와 몸무게는 기본이고, ‘44ㆍ55ㆍ66’ 등으로 표기되는 여성용 상ㆍ하의 사이즈 등을 표기토록 하는 곳도 많았다. 심지어 어깨 넓이, 가슴둘레, 허리둘레, 엉덩이둘레 등 주요 신체 사이즈를 구체적으로 기재토록 하거나 특정 치수 내에 해당하는 사람만 지원토록 유도하는 곳도 있었다.

이 같은 관행에 대해 업계에서는 추가 비용을 들어 고용해야 하는 피팅 아르바이트 대신 신입 디자이너들이 직접 선배들이 제작한 옷을 수시로 입어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란 해명을 내놓았다. 한 중견 의류업체에 재직중이라는 박모(25ㆍ여) 씨는 “입사 전까지만 해도 디자이너를 뽑는데 실력 대신 신체사이즈를 이유로 당락을 결정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입사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며 “비용 절감 등을 생각하면 당연한 처사”라고 설명했다.

업계가 처한 환경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취준생들 입장에선 실력만으로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본인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타고난 신체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중견 의류업체에서 한 때 일했다는 김모(24ㆍ여) 씨는 “패션업계 이력서엔 일명 ‘쓰리사이즈(가슴ㆍ허리ㆍ엉덩이 둘레)’를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면접 시 몸매가 마음에 안드는 경우 제출한 포트폴리오도 대충 보고 제대로 된 질문도 못 받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신동윤·박로명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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