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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도 그 공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 ‘팔리아치&외투’
-국립오페라단, 伊 베리스모 오페라 선보여
-가난ㆍ치정ㆍ살인 등 극한 현실 세련된 터치로 그려내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시작은 이러하다. 현실이 숨막히게 지긋지긋한 여자, 암담한 상황의 끝에서 만난 기적같은 사랑(외도), 그리고 어쩌다 이지경이 돼버려 파국을 택하는 남자(남편).

19세기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verismo operaㆍ사실주의 오페라)의 걸작으로 꼽히는 팔리아치(Pagliacci)와 외투(Il Tabarro)의 기본 골자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학민)은 이 ‘팔리아치&외투’를 올해 첫 공연으로 4월 6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4월 6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의 걸작으로 꼽히는 ‘팔리아치’와 ‘외투’를 선보인다. 사진은 팔리아치 중 카니오, 넷다, 무용수가 춤추는 장면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팔리아치 중 외도를 알고 분노하는 카니오와 당황하는 넷다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본공연을 이틀 앞둔 4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프레스콜에서 만난 ‘팔리아치&외투’는 베리스모 오페라 답게 현실보다 더 적나라한 현실을 무대로 소환했다. 치정과 살인이라는 이야기를 골자로 루제로 레온카발로와 자코모 푸치니의 드라마틱한 음악이 극을 이끄는 가운데, 임세경과 칼 태너 등 정상급 성악가들의 기량이 오페라를 수 놓았다. 단, 김학민 감독 특유의 ‘댄디’함은 잃지 않았다.

팔리아치는 도심의 ‘핫’한 뮤지컬 극장인 ‘딩동’을 배경으로 하는 ‘극 중 극’의 형태를 띈다. 카니오는 이 극단의 수장이며, 넷다는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디바, 그리고 넷다와 사랑에 빠진 실비오는 사진기자로 나온다. 반면 외투는 외곽의 빈민가인 허름한 창고와 보트하우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창고의 주인인 미켈레와 그의 아내 조르젯타, 그리고 조르젯타의 연인이자 일꾼인 루이지가 주인공이다.

독립된 두 극의 연결고리는 바로 ‘환상’이다. 팔리아치에서 등장하는 극장 인물들 일부가 외투에서 여주인공인 조르젯타의 환상에서 등장한다. 연출가인 페데리코 그라치니는 “조르젯타가 상상하는 콜롬비나, 아를레키노, 광대와 무용수들은 그녀가 품은 환상과 살고 싶은 도시를 상징한다. 이를 통해 도시 외곽의 가난과 험난한 삶에서 탈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고리를 만들기 위해 카니오의 유명한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 뒤에 나오는 간주곡 부분에 극장 백스테이지로 들어온 조르제타가 넷다에게 사인받는 장면을 삽입했다. 

외투 중 극의 배경이 되는 배 안에서[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외투 중 밀회를 즐기는 루이지와 조르젯타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두 이야기를 더욱 상반되게 만드는 건 세트의 힘이다. 뮤지컬 극장 ‘딩동’의 화려한 불빛과 무채색 위주의 보트하우스는 극에서 상당한 부분을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더불어 1920년대 할리우드를 연상시키는 무용수들의 등장은 이같은 대조를 더욱 고조시킨다. 조연출이자 안무가인 안젤로 스미모는 “무용을 위한 노래가 아닌지라 안무를 짜기가 상당히 힘들었다”고 했는데, 그의 상상력으로 무대가 한결 풍성하고, 친절해졌다.

“공연에서는 현실과 허구 그리고 현실과 꿈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두 작품의 피날라에 나타나는 거친 폭력을 강조하고자 했다. 두 오페라 모두 환상이 머물 곳은 없다. 도시 불빛과 부자들의 빛나는 삶, 그리고 노동자들의 고통이 상반되며 현시대의 삶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연출가의 말 처럼, 환상과도 같은 이야기 속에 숨은 현실이 번뜩인다.

더불어 주역인 소프라노 임세경과 테너 칼 태너의 연기도 오페라의 백미다. 팔리아치의 넷다와 외투의 조르젯타 1인 2역에 캐스팅된 임세경은 2016년 여름 한국인 최초로 아레나 페스티벌 ‘아이다’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10월엔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한 ‘토스카’에 출연하며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팔리아치의 카니오와 외투의 루이지역엔 미국 출신인 칼 태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런던 로열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등을 누비며 ‘팔리아치’ 카니오 역만 76번 맡은 베터랑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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