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환단고기 비난’ 카이스트 학생들에 비난 역풍…“중국, 일본은 없는 것도 만드는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내 이공계 최고 학부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 석사과정 수업에서 환단고기 관련 수업이 진행된 것에 대해 ’학계의 정설이 아니다‘며 학생들이 반발하자 여론의 역풍이 불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이 한국 역사를 왜곡하는데 혈안이 된 상황에서 굳이 저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특히 식민사관을 계승한 우리나라의 주류 역사학계가 지금까지 정설로 인정하고 있는 고대사가 오히려 일제시대 때 축소되고 왜곡된 게 아니냐는 항의도 거세지고 있다.


국내 최고학부로 꼽히는 카이스트에서 고대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학설 중 하나를 들으려는 열린 태도를 견지하지 못한 채 무슨 학문을 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섞인 비아냥마저 흘러나온다.

앞서 카이스트에서는 석사과정 수업에 학계의 정설이 아닌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주장하는 학자가 강연한 것에 대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 삼고 나섰다.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에 비과학적인 수업이 포함된 건 문제라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4일 KAIS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올해 봄학기 기계항공 정기세미나 과목으로 개설된 프로그램에서 K교수가 ‘광개토대왕비에서 보는 고구려의 천자문화’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세계환단학회 회원이기도 한 K교수는 이날 환단고기에 입각해 고대사 강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11년 계연수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환단고기는 한국 상고의 단군조선이 시베리아에서 중국 본토까지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주류 역사학계는 선행 사료도 없이 원시상고사를 자세히 기술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이 책을 위서로 간주하고 있다.

기계항공 석사 과정에 개설된 해당 과목은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양과목이다.

선택적으로 강연을 수강할 수 없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요약본을 제출해야 한다.

수강생들은 “강연자는 강연 내내 환단고기에 대해 언급하며 환국의 존재, 고조선 이전의 역사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했다”며 “학과가 강연자를 섭외한 만큼,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K교수는 지난해 말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도 비슷한 강연을 하려다 포스텍 총학생회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텍 총학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동북아 뿌리 역사와 원형문화’를 주제로 역사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총학이 “환단고기는 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역사서로 해당 강연이 진행되면 포스텍이 그 진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반발해 강연이 취소됐다.

한 학생은 “포스텍에서 문제가 있어 무산된 강연을 카이스트에서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다”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관련 기사 댓글 및 소셜미디어 등으로 카이스트 학생들 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기사 댓글은 거의 대부분 카이스트 학생들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카이스트의 역사 수준이 고작 이 정도였느냐. 철저히 철저히 식민사학에 물들어 옳고그름도 분별해내지 못하는 아둔한 인간들의 집합소였느냐”며 묻고 “한심하고 한심하다. 정말 식만사학은 나라를 좀먹고 올바른 역사관을 부정하는 무서운 바이러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댓글에는 900여명이 찬성을 눌렀고, 117명이 반대를 눌렀다.

다른 누리꾼은 “여러 시각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건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고, “대학 수준이 한심하다”, “다양한 배움이 필요하지 않느냐”, “그대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지성인이냐”는 등의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한 누리꾼은 “이러니 우리가 약소국”이라며 “일본에서 동경대와 같은 최고 대학에서 일본서기를 위사라고 우기지 않고, 중국에서는 삼국지 같은 소설을 청화대, 북경대에서 정사로 인정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일제시대 수많은 사찰과 궁중 양반집에서 보관하던 사서가 일제에 의해 불태워지고 일제에 부역한 국사학자들이 자기나라 역사를 실증사학을 강조하며 무조건 부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밖에도 “과학은 상상력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역사에서 배우기 바란다”, “학생들에 비해 교수가 아깝다”, “왜놈들이 조작한 역사를 배우는 슬픈 현실”, “왜 우리가 우리걸 부정하냐”, “중국, 일본은 없는 것도 만들어서 자기거라 한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