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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묻지마 선인세’의 비밀
“팔릴까?”vs “하루키니까”
최소 70만부만 팔려도 승산
한국 출판사 부추키는 日
신인작가도 선인세 억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하루키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놓고 선인세 논쟁이 뜨겁다. 출판사들간 판권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억~30억설이 나오자 “그럴 만하다”는 쪽과 “너무 한 거 아니냐”는 입장이 서로 팽팽하다.

하루키는 국내에서 신작이 나올 때마다 선인세 논쟁에 휩싸였다. 문학동네가 2009년 펴낸 ‘1Q84’의 경우, 10억원의 선인세를 내 두 자릿수로 올려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음사가 2013년 출간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작품성 논란에도 선인세로 약 16억 원을 낸 것으로 알려져 ‘묻지마 선인세’를 놓고 시끄러웠다. 하루키 책이 나올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선인세 논란을 놓고 일본측 에이전시에 한국 출판계가 휘둘리는데 자성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루키 선인세 20억은 무리수일까=“요즘 책이 안팔리는데 과연 나갈까?”“하루키니까”. ‘기사단장죽이기’의 선인세 20억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둘로 갈린다. 출판사들은 당연히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린다. 출판사는 과연 20억 원을 써내도 괜찮은 걸까. 단순 계산으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금액이다. 책이 100만부만 팔리면 된다. 그것도 두 권이니 1권 60만~70만부, 2권 30~40만부만 팔리면 된다. 일본은 ‘기사단장죽이기’를 130만부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키의 대표작인 ‘1Q84’를 놓고 보자면, 출간 첫 해만 70만부가 팔리고, 누적 200만부가 팔렸다.

책 값이 1만5000원이라고 할 때, 책은 서점에 책값의 60%인 9000원에 공급된다. 100만부가 팔리면 9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여기에서 인세 20억원을 빼면 70억원. 마케팅비와 제작비, 인건비를 제하면 적어도 10~20억원은 남는다. 이렇다면 70만부만 나가도 괜찮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금이 있다면 충분히 배팅해볼 수 있는 금액이다.

문제는 독자들이 사 볼 만한 매력이 있느냐다. 하루키 작품이 다 잘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이혼한 30대 남자 초상화가가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제목의 그림을 두고 겪는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번역본을 받아본 한 출판사 관계자는 “‘1Q84’가 3인칭으로 굵직하게 흘러가는 큰 작품이란 느낌이라면, ‘기사단장 죽이기’는 규모가 있음에도 주인공이 일인칭이다보니 작고 속삭이는 작은 이야기 느낌”이라고 전했다. 하루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 축에 끼진 않지만 좋아할 만한 요소가 다 들어있고, 여전히 세련되고 재미있어 책장은 잘 넘어간다는 평이다.

▶덩달아 뛰는 日작가 선인세=흥행이 보증되는 만큼 하루키 판권경쟁에는 기존에 하루키 작품을 낸 출판사 뿐만아니라 신생 출판사들도 뛰어들어 시장은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기존 백리스트가 없는 신생출판사로선 선인세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올려 쓰는 수 밖에 없다. 사실 대형출판사도 마찬가지다. 다른 출판사에서 키워 유명해진 작가의 작품을 가져오려면 흥행성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높은 선인세로 불러와야 한다.

이런 상황을 일본 에이전시는 충분히 활용한다. 선인세 얼마를 준비중이라는 식으로 정보를 흘리면서 경쟁을 부추기게 된다. 최근엔 일본작가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신인까지도 몸값이 뛰고 있다. ‘편의점 인간’의 무라타 사야카, ‘불꽃’의 마타요시 나오키 등이 선인세 억대를 넘겼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우도 과거에 비해 2배 가까이 뛰어 수억원의 선인세를 내야 한다. 이렇게 가져온 작품들이 몸값을 제대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아무리 잘나가도 다작을 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호흡과 취향을 맞추는게 관건이다.

일본은 신작마다 경쟁을 붙이기 때문에 과열양상이 빚어지지만 영어권이나 기타지역은 한 번 출판한 곳에 후속작 옵션을 주기 때문에 경쟁이 덜하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선인세가 치솟는 걸 보면 답답하다”며, “경쟁 체제하에서 어쩔 수 없지만 ‘제 살깍기식’은 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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