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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은 민주적이기 보다 최고 지향”
세계적 연출가 이보 반 호브
연극 ‘파운틴헤드’들고 첫 내한


“예술가로서 저는 이상주의자인 ‘하워드 로크’가 되고 싶습니다. 예술은 민주적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를 지향하니까요.”

미국 보수 정파 티파티의 ‘성서’처럼 여겨지는 아인랜드(1905~1982)의 소설 ‘파운틴헤드(The Fountainhead)’가 연극으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LG아트센터는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연극 ‘파운틴헤드’를 무대에 올린다. 영국 더 가디언이 ‘어디를 가도 그가 있다’고 극찬한 세계적 연출가 이보 반 호브(59ㆍ사진)가 동명의 제목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이보 반 호브는 영국 국립극장, 바비칸 센터, 빅 씨어터, 독일의 샤우뷔네, 프랑스 오데옹, 코미디 프랑세스 등 전 세계 굴지의 공연장에서 앞다퉈 그의 작품을 올리는 최근 연극계에서 가장 ‘핫 한’ 연출가다. 


본 공연을 하루 앞둔 30일 이보 반 호브는 기자들을 만나 연극 ‘파운틴헤드’의 첫 한국 공연에 대해 “나의 연출작 중 최고로 꼽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파운틴헤드는 기본적으로 두 젊은 건축가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1920~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모더니즘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인 하워드 로크와 현실에 영합하며 성공을 꿈꾸는 피터키팅이 그 주인공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이들 둘 사이의 긴장과 대립 그리고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이 씨실을 이룬다면, 당시 사회를 지배하던 정치ㆍ사회적 신념과 상황이 날실을 이루고 있다. 이보 반 호브는 생략과 과장이라는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스토리를 극대화하는 한편, 두 명의 주인공 모두를 공평하게 다룬다.

“키팅과 로크로 대변되는 예술에 대한 태도는 예술가에겐 중요한 주제입니다. 예술가적 이상을 좇느냐 아니면 상황에 순응하느냐 선택의 연속이죠. 책에서는 로크의 손을 들어주지만 연극에선 양쪽 입장을 모두 보여주고 싶었어요.”

관객에겐 선택과 생각의 여지를 주지만 정작 연출가로서 자신은 로크에 가깝다. 협업을 기본으로 하는 연극작업이지만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독재자는 아니나 그렇다고 민주적이지도 않은” 리더다.

파운틴헤드가 연극이 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2007년 책을 선물 받아 숙독한 뒤, 그때부터 연극화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저작권을 얻는데만 6년이 걸렸고 2014년 6월 암스테르담에서 초연됐다. 공연은 성공적이었지만 정치성 강한 작가의 작품을 연극화한 덕에 비난도 받았다.

“한 명의 시민으로 원작자인 아인랜드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이보 반 호브는 “그러나 파운틴헤드는 그 이상을 담은 작품이다. 2001년 유태인 지휘자인 바렌보임은 나치가 이용해 ‘금기’가 된 바그너의 작품을 이스라엘에서 연주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바렌보임은 나치가 그를 이용했을 뿐, 그의 예술적 가치는 최고라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나는 그의 신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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