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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자 다이제스트] 나는 왕이며 광대였지 外
▶나는 왕이며 광대였지 (오현종 지음, 문학동네)

등단 19년차 오현종의 세번째 소설집. 다양한 쟝르를 자유자재로 변용, 일상의 얘기를 다채롭게 구성해온 작가의 첫 내면 고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소설집을 여는 단편 ‘부산에서’는 소설가로서 오현종의 자의식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 소설가인 화자가 소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자괴감과 절망감에 서울이란 삶의 장소로부터 도피해 부산에 머문 1년간을 그렸다.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낸 삶의 틈새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화자는 내면의 상처를 되짚어나간다. ‘K의 어머니와 면회를 갔다’는 군에 입대한 남자친구 K를 면회하기 위해 K의 어머니와 화천에 다녀오는 과정을 그린 작품. 화자의 젓가락 쥐는 방식을 흉보고 음식을 만들라고 부리는 태도에 상처를 입고, K로부터 일방적인 통보까지 더해져 깊은 상처와 충격을 받은 화자의 이야기다. 소설들에는 작가가 깊이 애정을 기울인 것들에 배반당한 상실의 쓸쓸한 정서가 깔려있다.



▶문학의 기쁨 (금정연ㆍ정지돈 지음, 루페)

서평가 금정연과 소설가 정지돈이 지난 2년간 나눈 여덟 편의 대화를실은 문학대화집.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에세이와 대화, 서간, 시나리오가 혼재된 형태의 평론집이다. 표절과 문학권력 논쟁이 들끓었던 2015년, ‘새로운 문학은 가능한가’란 화두로 시작한 대화는 한국문학 전반의 문제를 도마에 올려놓고 해부해 나간다.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작품에 순위를 매기고 가짜 권위로 양극화를 만들어내는 공모전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짚어나가는가하면, ‘한국문학의 위기’와 관련한 서신교환에선 뚜렷한 대답 대신 읽어볼 만한 작품 추천을 통해 한국문학의 토양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둘은 현재의 한국문학이 관료제적이라는 주장을 편다. 또한 대중적인 작품이 훌륭한 작품으로 호도되는 분위기를 꼬집는다. 여전히 문단에서 진행중인 ‘새로운 문학’에 대한 탐색의 한 과정으로 화려하고 난해한 수사로 일관된 여타 평론집과 달리 수다떨기처럼 재밌고 술술 읽힌다.

▶경계를 여행하다 (안성교 지음, 라이프맵)

우리에게 국경이란 넘지 못할 벽이다. 적성국가와 대치하는 비무장지대 혹은 군인들이 철통같은 경계를 서고 있는 휴전선의 의미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런 면에서 우리와 다르다. 남쪽으로는 우리와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만, 북으로는 어느 정도 친소의 차이는 있을 망정 ‘건너갈 수 있는’ 국경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화작가에서 여행작가로 변신한 작가는 북한이 중국, 소련과 맞닿아 있는 압록강과 두만강을 각각 두차례씩 둘러본 소회를 여행기로 펴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탐사에 가깝다. 1000㎞가 넘는 국경을 돌아보고, 잊혀져가는 중국 땅의 고구려 유적지에도 발걸음을 했다. 비록 국경 너머에서 먼 발치로 들여다본 것이지만, 고단한 ‘북녘땅 동포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보게 해준다. 어적도 인근을 지나는 유람선에 다가와 보잘것없는 물건을 팔려는 순박한 북한 주민을 보며 ‘핸드 크림’이라도 챙겨와 전해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손에 꼽을 만큼 띄엄 띄엄 불 밝힌 국경도시 혜산의 풍경은 허허롭다. ‘10년 뒤에는 북한을 통해와서 만나자’는 중국 지인과의 대화가 작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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