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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에세이-세월호 2014년 4월16일…2017년 3월31일] 세상에서 가장 긴 이별준비…
2014년 4월 15일 오후 9시. 악천후로 인해 예정 출발시각인 오후 6시 30분을 두시간여 지난 시각 세월호는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했다. 세월호에 탑승한 이들은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을 포함해 모두 476명. 제주도로 향해 순항을 하던 세월호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앞바다의 조류가 거센 맹골수도에서 급격하게 변침을 했고, 배는 곧 중심을 잃고 침몰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안산 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 여기엔 3년 전 세월호에 올랐던 단원고 아이들이 공부하고 놀던 공간이 온전히 보존돼 있다. 벽에 걸렸던 2014년 달력도 그대로 달려있다. 4월 15~18일 숫자 아래엔 어떤 학생이 펜으로 ‘♡수학여행♡’이라고 적어놨다. 수학여행을 앞둔 아이들의 설렘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하지만 학생들과 선생님의 설렘은 수학여행지인 제주도를 앞두고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반인 탑승자들의 꿈과 희망도 함께 침잠(沈潛)했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벌어진 일이다. 


깊은 바다에 웅크리고 있던 세월호가 1075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배 곳곳이 녹슬고 삭고 구멍난 상태였다. 가족을 찾지 못한 채 3년을 기다린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과 같았다. 지난 3년간 매일같이 온몸의 눈물을 다 쏟아내듯 했던 어머니들은, 처참히 녹슨 세월호를 보며 다시 오열했다. 1075일. 그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어 정부에 항의했고 자기 일처럼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 애썼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헛바퀴를 굴리고, 대통령은 외면을 거듭했지만 시민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았다. 


세월호는 3년만에 마지막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바다에서 세월호를 만나는 일은 다시없을 것이다. 이름만 바뀐 제2의 세월호도 나타나서 안 된다. 다만 마지막 목적지 목포신항으로의 바닷길은 평안하길 기원한다. 그리고 실종자 9명의 안전한 하선(下船)을 간절하게 기다린다.

글=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사진=헤럴드경제DBㆍ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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