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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파가 문화계 장악”“재벌도 줄서기”‘王실장’ 김기춘의 시대착오적 ‘독설’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재벌들도 줄을 서고 있다.” “전투 모드를 갖추고 불퇴전의 각오로 투지를 갖고 좌파세력과 싸워 나가야 한다.”

검찰이 작성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청구서에 적시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이다. 김 전 비서실장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모인 공식적인 회의에서 수시로 이런 발언을 했다. 군사정권 시절이 아닌 최근 청와대의 풍경이다.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에 임명된 직후인 2013년 8월21일 자신이 주재하고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종북 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CJ와 현대백화점 등 재벌들도 줄을 서고 있다.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그해 9월3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정지표가 문화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 특히 롯데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하지 않아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과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를 좌파 영화로 규정했다.

그해 12월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문화계 권력을 좌파가 잡고 있다. ‘변호인’과 ‘천안함 프로젝트’가 그렇다. 교육계 원로들이 울분을 토하더라. 하나하나 잡아 나가자. 모두 함께 고민하고 분발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해 12월20일엔 “반정부, 반국가적인 성향의 단체들이 좌파들의 온상이 돼 종북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한 성향의 단체들에게 현 정부가 지원하는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사실상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것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서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 등은 정치적 이해관계 고려 없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문화 다양성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활동이 불편부당하게 수행되도록 국민에 봉사할 의무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조윤선 등은 공모해 청와대 입장에 이견을 표명하는 세력을 ‘반민주’로 규정해 각종 정부지원에서 배제하는 등 헌법에 위배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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