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당국 독일내 반정부세력 사찰
獨 검찰 수사착수…양국 갈등심화

터키 정보당국이 독일 내 터키 반정부세력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독일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슈피겔은 터키 국가정보국(MIT)이 독일 내 터키인들을 사찰한 혐의에 대해 독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찰 대상은 터키 에르도안 정부가 지난해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지지하는 세력이다.

독일 검찰은 MIT 요원들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쥐드도이체자이퉁 등 독일 언론은 하칸 피단 MIT 국장이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브루노 칼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에게 궐렌 지지 세력이라고 판단한 개인 300명과 조직 200개의 리스트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리스트에는 개인 정보와 감시 사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MIT는 독일 정보당국에 사찰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리스트를 건넸지만, 독일 측은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독일 내에 거주하는 터키인들에게 터키 여행이나 정치 집회 참여를 주의하고 사찰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독일 당국 관계자들은 리스트 전달에 대해 격분했다.

토마스 데 마이지에레 독일 내무장관은 “독일 내 터키인들에 대한 터키 정보당국의 사찰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지에레 장관은 “우리는 이같은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고 터키에 여러 차례 말했다”면서 “궐렌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진 사람이든 여기 독일 사법권이 적용되며, 시민들은 외국 정부에 의해 감시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스-게오르그 마센 독일 헌법수호청(BfV) 청장은 “터키 밖에서는 누구도 궐렌이 쿠데타의 배후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니더작센주 내무장관은 “독일 내 귈렌 지지자들이 쿠데타와 어떤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며 “터키 정부는 음모에 대해 피해망상적인 공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보당국은 앞서 귈렌이 실패한 쿠데타의 배후라는 터키 정부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터키 정부는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대통령 중심제 개헌 국민투표 지지 집회를 계획했으나 해당 국가들이 집회를 불허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