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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로 숨이 막히는데…” 야외수업 강행 학부모 분통
올 초미세먼지 주의보 3차례
학교측 “웬 호들갑이냐” 무시


초등학생 딸을 둔 김모(39ㆍ여) 씨는 요즘 자녀를 학교에 보낼 때마다 미세먼지 걱정에 불안하다. 김 씨가 매일 아침 미세먼지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고 아이에게 마스크를 주고 있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야외 체육수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학교에서는 주의보도 발령 안 됐는데 호들갑이라는 반응”이라며 “정작 아이는 감기를 달고 사는데 학교에서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최근 잇따른 미세먼지 공포에 학부모들은 떨고 있지만, 정작 교육 당국의 대책은 부실한 실정이다. 미세먼지 특보가 발효되면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정작 특보 발효 기준이 높아 실제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인 경우도 많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서울 시내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최대 96㎍/㎥를 기록했다. 대기환경 기준인 50㎍/㎥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그러나 이날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발령되지 않았다. ‘기상조건 등을 고려하여, 해당 지역의 대기자동측정소 PM2.5 시간 평균농도가 90㎍/㎥ 이상 2시간 지속’이라는 발령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도에 이어 대기질 지수가 2번째로 최악이었다는 지난 21일에도 서울에는 초미세먼지 경보가 아닌 주의보만 발령됐다.

경보가 발령되면 학교가 자체 휴교까지 가능하지만, 이날 휴교를 결정한 학교는 없었다. 국립환경공단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1~3월까지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총 3차례 발령됐다. 미세먼지(PM10) 주의보도 한 차례 발령됐지만, 경보는 한 차례도 없었다.

높은 초미세먼지 특보 기준에 어린 학생들은 호흡기 질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주의보조차 발령되지 않는 경우 많아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데도 야외 수업 강행하는 경우가 많고, 정작 주의보가 발령되더라도 야외 활동 제한은 권고 수준에 그친다. 김양현 고려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학생들에게 미세먼지는 더 치명적”이라며 “심하면 기관지 과민 증상이나 비염 증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더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당국도 자체적으로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부 학부모단체는 교실 내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교육 당국은 예산상의 문제가 있다는 답변만 내놨다.

전문가들은 초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외부환경에 취약한 아동들한테 미세먼지는 치명적이므로 의학적으로도 휴교령 기준 완화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종태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에는 학교 시설에 대한 미세먼지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진 사례조차 없다”며 “지금이라도 전국 학교의 미세먼지 실태를 조사해 필요하다면 학교 폐쇄와 같은 조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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