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결정은 컨소시엄 구성 ‘사실상 거부’ -절차를 둘러싼 ‘소송전’ vs 자금 역량 ‘여론전’ -더블스타와 공동 인수 등 ‘제3의 길’도 가능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금호타이어 채권단 모임인 주주협의회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요구와 관련한 공을 박 회장 측에 넘겼다. 컨소시엄 구성안을 채권단에 가져오면 허용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조건부 허용’ 성격이지만, 박 회장 측에서는 ‘사실상 거부’로 해석한다. 따라서 매각 ‘절차’와 관련해 소송전에 나설 박 회장과 컨소시엄 구성 ‘역량’을 보겠다는 채권단의 새로운 기싸움이 시작된 모습이다. 더불어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한 ‘제 3의 길’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이해관계자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박삼구 회장으로 넘어온 공…‘절차’와 ‘역량’의 싸움 시작

조건부 허용 vs 사실상 거부=산업은행 등 주주협의회는 지난 28일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요구와 관련해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 내에 구체적이고 타당성 있는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한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컨소시엄 구성 기회를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박 회장 측의 문제제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 불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우선매수청구권자의 요구를 수용해 ‘조건부 허용’의 모습을 취한 것이다. 채권단은 내달 19일까지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와 자금조달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하지만 박 회장 측으로서는 이번 결정은 ‘조건부 허용’이 아니라 ‘사실상 거부’로 이해하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이율배반적인 결정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검토의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절차와 역량의 싸움=그렇다고 박 회장 측에서 채권단의 의결 사항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컨소시엄 구성안을 받아본 뒤에 허용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채권단의 입장 이면에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박 회장의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판단도 자리하고 있다. 나아가 박 회장의 승부수가 매각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이런 이유로 금호타이어 노조 측에서도 자금력에 대한 우려가 있는 박 회장의 인수와 관련해 중립 또는 반대에 가까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매각 절차상 나타난 문제와 그 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자의 권리가 빼앗긴 것에 대한 법적 문제를 먼저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채권단이 매각을 진행하며 흥행을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자의 권리를 침해한 부분이 많다”며, “이는 분명히 법적 소송 과정에서 따져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3의 가능성은?=금호타이어 인수전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의 엇갈린 주장과 노조 및 정치권의 목소리가 섞이면서 제3의 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먼저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내 방산업체의 중국 매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재입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 측에서도 매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능성은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더블스타와 박 회장의 공동 인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 회장 입장에선 자금력이 부족한데다 금호타이어의 중국 사업을 확대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고, 더블스타로는 박 회장 측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브랜드 활용이 필요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 측에서는 “지금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불가능해 보이는 시나리오이지만, 가능하다면 그 만큼 좋은 대안도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당분간 금호타이어 매각전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도 제 3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도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