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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최악의 미세먼지②]“뿌연데 보통?” 미세먼지 예보 못믿어 ‘외국 앱’ 다운
-기상청 불신…외국사이트서 확인
-WHO보다 느슨한 환경기준 ‘문제’
-‘대책 촉구 집회’ 등 적극 행동도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 비해 기준이 느슨한 국내 미세먼지 예보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직접 챙기겠다고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국내예보는 믿지 못하겠다며 휴대전화에 외국 기관의 대기 분석 앱을 다운받는가 하면 기계를 사다가 미세먼지 농도를 직접 측정하기도 한다. 일부는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대책 촉구 집회를 갖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백모(34ㆍ여) 씨는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기 위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아닌 일본기상협회 사이트를 클릭한다. 백 씨는 “매일 발표되는 기상청의 미세먼지 수치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우리나라 미세먼지 환경기준이 WHO 권고기준보다 높아 한국환경공단의 예보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이라는 TV 속 예보만 믿고 아이들과 한강시민공원 나들이를 계획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백 씨는 “차를 타서야 뿌연 하늘을 확인했다”며 “바로 일본 앱을 클릭해보니 수치가 나빠 키즈카페로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사진=미국 AirVisual 앱 캡처.]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한국의 미세먼지 예보등급기준은 ▷좋음 0~30㎍/㎥ ▷보통 31~80㎍/㎥ ▷나쁨 81~150㎍/㎥ ▷매우 나쁨 151㎍/㎥ 이상 등 총 4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WHO의 미세먼지 등급 기준에 비해 느슨하다. WHO의 미세먼지 ‘나쁨’ 등급 기준은 50㎍/㎥ 부터다. 백 씨가 아이들과 외출을 계획한 지난 26일 서울 시내 미세먼지 농도는 50~70㎍/㎥대를 유지해 한국의 미세먼지 기준으로는 ‘보통’이지만 WHO 기준치로 따지면 ‘나쁨’ 수준이었다.

느슨한 미세먼지 환경기준과 함께 뒷북 주의보ㆍ경보 발령도 큰 문제다. 현재의 미세먼지 주의보는 상당히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가 한참동안 발생했다는 ‘사후 주의보’에 가깝기 때문이다. 주의보와 경보는 미세먼지 평균농도가 150㎍/㎥ 이상으로 2시간 넘게 지속될 때만 발령된다. 심각한 정도의 미세먼지를 2시간 이상, 마실만큼 마셨을 때 주의보나 경보 알림을 받게 되는 셈이다.

[사진=한국 ‘꼼꼼한 미세먼지’ 앱 캡처. 이 앱에서는 일본 기상협회 예보를 확인할 수 있게 메뉴가 마련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종 자구책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국내예보는 믿지 못하겠다며 휴대폰에 외국 기관의 대기 분석 앱을 까는가 하면, 기계를 사다가 미세먼지 농도를 직접 측정하기도 한다. 5세 딸을 키우는 이 모(39) 씨는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뒀지만 안심이 되지 않아 최근 주변 공기의 질을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매했다. 이 씨는 “미세먼지 수치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가족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월 개설돼 현재 회원이 3만8000여 명에 달하는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불신이 쉽게 목격된다. 이 카페는 미세먼지가 심해진 지난 일주일간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미세먼지 관련 보도와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앱이나 제품 등에 대해 공유하고 정부에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 등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페 운영진은 올 들어서만 이미 2번의 오프라인 집회를 열었다. 내달 2일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미세먼지 환경기준 강화 등을 대책을 촉구한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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