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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안하시면 임원 좀…” 전업주부가 죄?
시간·돈 많이 들지만 혜택 없어
“선생님 권유 거절 힘들다”하소연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45ㆍ서울 마포) 씨는 이틀전 학부모총회에서 학부모회 임원직을 맡게 됐다. 같은반 부모들이 직장인이 많다보니 전업주부인 김 씨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맡게 된 것이다.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는 하지만 교육청과 학교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석해 다른 학부모들과 교류하다보니 시간과 돈이 은근히 많이 드는 것이 현실. 이에 비해 혜택은 전혀 없다보니 가끔 억울한 심정도 든다는게 김 씨의 설명이다. 김 씨는 “가끔 힘에 부치고 그만두고 싶을때도 많다. 전업주부라고 봉사를 강요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총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가 열리는 3월이면 전업주부들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직장을 다니는 학부모들에 비해 전업주부들에게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는 이유로 학급이나 학교를 위한 봉사직을 맡아달라는 유ㆍ무언의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전업주부 임모(41ㆍ여) 씨는 “굵직한 행사들의 경우엔 워킹맘들도 함께 참여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외에 자잘한 학급, 학교 업무들은 전업주부들의 책임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업 주부들의 경우 학부모회나 학급 학부모 임원단 등에서 직책을 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학부모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업주부들은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의 경우엔 워킹맘들도 동등하게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가 있는 전업주부 유모(41ㆍ서울 송파구) 씨는 “워킹맘의 아이든 전업주부의 아이든 모두가 이용하는 혜택의 경우 부모들의 의무 역시 공평하게 부과돼야 한다”며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개인적인 희생이 따르더라도 맡는 것은 부모로서의 책임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는 것이 전업주부들의 주장이다. 경기 고양에 사는 전업주부 김모(45ㆍ여) 씨는 “일부 교사들 중 학부모 공개수업 등이 끝난 후 남아있는 전업주부들을 대상으로 ‘집에 계시면 도태된다. 녹색어머니회하면 운동도 되고 살빠진다’ 등의 말로 은근히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직접적인 강요가 아닌 권유라 할 지라도 아이를 맡고 있는 담임 교사가 하는 말에 부모들은 내키지 않더라도 일을 맡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신동윤·김보경·박주영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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