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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에 젖은 진도] 세월호, 너무나 길었던 1073일과 14시간의 기다림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모두 뜬 눈으로 지샌 14시간
-일부 유가족은 팽목항에 발 묶이며 안타까움 호소

[헤럴드경제=유오상ㆍ손지형ㆍ심우현 기자] “이게 세월호 배래요.” “어떻게 사람이 저런 데 있을 수가 있나요. 제발 찾아주세요.”

파도는 낮고 바람은 잠잠했다. 모든 것을 삼키던 그 날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긴 한숨을 쉬고 난 이후에야 참아온 울음을 터뜨렸다.

1073일을 기다린 인양이었다. 그러나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까지 마지막 14시간은 현장에서 기다린 미수습자 가족에게도, 팽목항에 발이 묶인 유가족에게도 너무 긴 시간이었다. 그동안 눈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수 많은 밤을 이겨냈지만 이 날은 잠자리에 들지도 못했다. 

23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재킹바지선 두척이 세월호 인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맹골수도 앞에서 동생과 조카를 1073일동안 기다린 권오복(61) 씨는 해양수산부의 시험인양이 시작된 지난 22일 맹골수도 인근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생각으로 왔다”며 “기상 여건도 좋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권 씨는 사고 현장이 눈 앞에 펼쳐지자 “재근아, 혁규야 조금만 참아. 미안하다”고 외쳤다.

권 씨와 함께 현장으로 향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본 인양이 시작된 오후 8시50분부터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어두운 밤에 현장에서 보이는 장면은 바지선과 크레인에서 나오는 불빛뿐이었다. 세월호 선체는 다음날인 23일 오전 3시45분께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정도까지 떠올랐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은 해수부에서 제공한 사진을 통해 선체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권 씨는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오전 5시께에도 현장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아직까지 사고 해역이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눈을 뗄 수는 없다”며 “동이 트고 배가 보일 때까지 현장에서 인양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6시30분께 날이 밝아오자 사고 해역에서 1㎞ 남짓 떨어진 어업지도선 위에서도 세월호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권 씨를 비롯해 인양 과정을 밤새 지켜본 미수습자 가족들은 고개를 든 세월호의 모습에 탄식을 뱉었다. 일부 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한쪽 구석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인양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해수부의 발표에 대다수 가족들은 “이제는 인양 성공 확률이 100%”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현장에서 세월호 인양 과정을 살펴보는 동안, 팽목항에는 뒤늦게 도착한 일부 유가족들이 동거차도에 진입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2일 밤늦게 팽목항에 도착한 단원고 2학년 4반 임요한 군의 아버지 임온유(55ㆍ목사) 씨는 “전날 저녁 늦게 유족들로부터 인양 소식을 듣게 됐다”며 “이미 유족 버스는 출발한 뒤라 직접 차를 끌고 2시께 팽목항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임 씨는 “팽목항까지 내려오며 파도가 잠잠하기를 계속 기도했다”며 “백방으로 배를 타고 가까이 갈 방법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4반 임요한 군의 아버지 임온유(55ㆍ목사) 씨 [사진=심우현 기자/ws@heraldcorp.com]

임 씨처럼 배를 타지 못한 유가족들은 팽목항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일부는 기다리다 못해 해수부와 해경에 추가 배편을 문의하기도 했지만, 결국 배편을 구하지는 못했다. 임 씨는 “3년 동안 아무것도 못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배가 인양된다고 하니 오히려 허탈한 심정이다”라며 “섬에 도착한 다른 유가족과 통화하며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배를 타지 못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결국 임 씨는 선체가 거의 인양된 오전 9시40분께 동거차도로 향하는 정기 여객선을 탈 수 있었다.

수면에서 13m, 해수부가 예고했던 인양 완료 시각인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현장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진행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예정됐던 오전 11시께에 크레인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혹시 모를 상황까지 대비해 인양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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