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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는 ‘말’이다]화법으로 본 대선주자 리더십
[헤럴드경제=이형석ㆍ김유진ㆍ최준선ㆍ홍태화 기자]정치는 ‘말’(言語)이다. 찬반과 설득, 타협과 화해 등 모든 정치행위가 ‘말’로 이루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도 ‘말’로부터 비롯됐다. 대통령의 연설문이 유출되고 자격없는 민간인이 작성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지난했던 탄핵의 첫 출발점이었다. 최고권력자에게 통치행위의 근간은 ‘말’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또 한번 확인시킨 일이다.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선 박 전 대통령의 두 문장, 29음절의 ‘말’에 온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48일 앞으로 다가온 제 19대 대통령선거. 또 다시 ‘말’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입’을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최고권력자의 말은 어떠해야 하는가. 언어, 심리학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이날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상위 1~5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홍준표 경남지사(이하 직위 생략)를 대상으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화법을 통해 리더십의 유형을 살펴봤다.

‘말’로 보는 리더십 유형은 서로 대조적이었다. 특정 유형의 리더십은 강점이자 약점이기도 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文 ‘부드러운 민심중시형’ =언어 선택에 신중한 민심중시형이다. 대중들로부터는 국가 위기 사태에서 ‘구원자 리더십’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분석도 있었다. 자기 주장을 앞세워 이끌기보다는 국민들의 요구를 따르며, 대중들은 그를 마치 ‘메시아’처럼 인식한다는 것이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는 “강하기보다는 점잖고 부드러운 성품의 지도자”라고 했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의 저자인 심리학자 김태형 씨는 “앞서가며 의제를 던지기보다 국민들이 얘기하면 그 뒤를 따르는 유형”이라고 했다. 심리학자인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는 “구세주를 원하는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 리더십”이라며 “우리 국민들의 특징적인 성향으로 역대 대통령을 뽑을 때의 기준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安 ‘타협하는 승부사’ =‘상생, 포용, 타협’이라는 가치와 함께 승패가 분명한 ‘승부사’라는 평가가 공존했다. 국문학자인 이주행 중앙대 명예교수는 “그의 언어는 상생의 정치를 추구한다”고 했다. 정태연 교수도 “지지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전략으로 줄타기를 하는 것일 수 있지만 다 아울러서 가겠다는 포용과 통합의 메시지가 두드러진다”고 했다. 김태형씨는 “이재명이 사회개혁을 내걸었다면 안희정은 개인적인 승리 추구 성향이 강한 승부사형”이라고 했다. 타협과 포용도 패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승부수’라는 것이 김씨의 분석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안철수 ‘명예중시 학자형’ =김태형씨는 “안철수는 ‘역사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 명예욕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전형적인 지식인형 리더로 논리, 정책, 가치 등을 설파해서 대중들을 계몽하고 이끌어가려고 하는 지도자“라고 했다. 정태연 교수는 “학구적인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진지하게 접근하는 언행을 보여준다”며 

[사진제공=연합뉴스]

▶李 ‘개척자형 리더십’ =김태형씨는 “두드려 맞더라도 의제를 먼저 던지고 앞서나가는 지도자”라며 특히 문재인과 대조적인 스타일의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했다. “대권의지가 강하게 보인다”고도 했다. 정태연 교수는 “행동과 실천을 중시하는 리더십”이라며 “본인의 강직함과 불의에 비타협적인 면모를 호소하는데 주력한다”고도 분석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洪 “저돌적인 리더십” =황상민 전 교수는 “우리편을 위해서 우리편이 가장 싫어하는 한 사람만 두들겨 패는 대장 리더십”이라고 했다. 정태연 교수는 “특정한 층을 공략할 때는 강경한 언행이 장점”이라며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지지자들에게는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에겐 불편하다”고 했다.

한편 이주행 교수는 대선주자 모두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우리 사회 지도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배려와 유머, 수사활용이 부족한 것”이라며 “일부는 ‘화류계의 언어’ 수준의 말을 쓰는 이들이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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