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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파동 확산?…사법개혁목소리 축소에 판사들 집단반발
-축소의혹 법원행정처장 직무 배제
-대법원 “진상조사후 의혹 해소할 것”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사법부에 내홍이 커질 조짐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목소리를 축소하려고 불합리한 인사 조치를 내렸고, 자발적 판사들의 모임을 와해시키려 시도한 정황이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6차 사법파동’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사법파동은 사법부의 독립 보장과 개혁을 요구하기 위해 현직 판사들이 집단행동을 벌인 사건이다. 2009년 5차 사법파동 이후 8년 만에 또다시 판사들이 사법개혁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4일 일선 법관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막으려고 한 의혹을 받는 임종헌(58·사법연수원 16기)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원행정처에서 직무가 배제돼 사법연수원으로 출근했다. 

[사진=대법원]

전날 대법원은 지난해 9월 퇴임한 이인복(61·연수원 11기)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를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 책임자로 선임했다. 이 교수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진상조사에 참여할 적임자를 17일까지 추천해 달라”며 “진상조사단이 꾸려지는 대로 조사대상, 조사방법 등을 정해 신속하고 명확한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국 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발단은 지난달 법원 내 전문분야연구회 중 가장 크고 대중적인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모든 판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발표를 법원행정처가 축소하려한 데서 비롯됐다. ‘국제적 관점에서 본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법관 설문조사’란 제목으로 전체 판사의 1/6이상 답변했다. 일선 판사들이 스스로 사법부 개혁 방안을 찾는 시도의 일환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학술대회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었다.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들은 크게 놀란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 내 인사제도 문제점 등이 설문조사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부 정책과 배치되는 선고를 내린 뒤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묻는 질문도 포함돼 있었다.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들은 법원행정처로 발령 난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 등을 통해 설문조사 결과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지 않도록 하고, 학회 활동을 축소할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갑자기 법원 내 연구회 중복 가입을 금지하도록 추진해 회원 수를 줄이려 시도한 것도 이맘때 즈음이다. 특히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난 이모 판사를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부당한 업무 지시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인사 철회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은 커졌다.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동참했다가 부당한 인사 철회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법원행정처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 인사 철회는 인수인계 자리에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며, 부당한 업무지시도 없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판사들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감시하고 막으려고 시도하고 있어 이번 기회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춘천, 인천 등 전국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려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대법원은 일단 17일까지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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