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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점상이 위험하다②] 오늘 먹은 계란빵…알고보니 ‘세균 덩어리’
-노점식품 위생관리 사실상 사각지대
-불법시설이라 식품 관리규정 없어
-정부ㆍ지자체 모두 “단속 어렵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얼핏 봐도 먹으면 안 될 음식들 같은데….”

얼마전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 브라이언(41)씨는 일대 줄지은 노점을 보고 “적응되지 않는 모습”이라며 “길가에서 맨손으로 요리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식품 위생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며 “자국 친구들에게 (명동 일대를) 관광 코스로 추천하기도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봄 행락철을 앞둔 시기 서울 시내 노점들의 식품 위생관리가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명동, 남대문시장 등으로 ‘노점 실명제’가 확산하고 있지만, 노점상에 적용하는 식품위생 관련 규제는 전무하다.

지난달 하순에 찾은 명동 일대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김밥과 떡볶이, 계란빵 등 음식들이 발길을 유혹했다. 대부분 노점들은 즉석에서 조리했다. 몇몇 방문객은 기대 부푼 표정으로 음식을 기다렸다.

노점상인 대부분은 위생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1회용 위생장갑을 쓰는 곳도 손 꼽을 정도였다. 대개 아무렇지 않게 맨손으로 음식을 만들고, 조리하던 그 손으로 돈을 받았다. 심지어 스마트폰을 쥔 손으로 음식을 만질 때도 있었다. 직장인 문재명(28) 씨는 “길가에서 파는 식품이 얼마나 위생관리를 하겠느냐”며 “미세먼지나 황사도 심해지는 상황이라 더욱 우려된다”고 했다.

서대문구 이화여대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출구 양편으로 노점이 즐비했다. 호주머니에 있던 노점 상인들의 손은 그대로 요리로 향했다. 각종 양념으로 판매대가 더렵혀진 것은 예사였다. 노점상 A 씨는 “수시로 식기를 씻고, 걸레질과 빗자루질도 한다”면서도 “길거리 특성상 위생을 완벽히 신경 쓸 수는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점에 대한 식품위생관리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행 법상 노점이 식품위생고 관련해 따로 지켜야 할 사항은 없다. 당초 불법시설로 식품위생법의 무풍지대다. 노점에서 음식을 먹은 방문객이 식중독에 걸려도 해당 노점 행정조치가 불가능한 셈이다.

서울 중구 명동 일대의 한 노점상인이 맨손으로 음식을 포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노점은 무신고 영업으로 간주되어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며 “생계형 종사자가 많아 단속에 나서기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노점 위생은 시나 자치구 쪽에 업무가 배당돼 있다”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특성에 맞게 관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상황도 매한가지다. 명동을 관할하는 중구 관계자는 “노점 위생을 두고 따로 단속 권한은 없다”며 “순찰 돌 때 신경쓰는 사안이기는 하지만, 근거가 없어 제재하기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 명동 일대의 한 노점상인이 위생장갑 없이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명동과 남대문시장에 적용되어 있는 ‘노점 실명제’를 두고는 “기업형 노점을 막기 위해 도로점용허가를 내어준 것”이라며 “위생 규제와는 아직 상관 없는 제도”라고 일축했다. 노점실명제란 불법 노점상 영업을 일시적으로 허가해 상거래 질서를 잡으려는 제도를 말한다.

서울시는 우선 노점상인들의 인식 변화부터 이끌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법을 당장 만들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전국노점상총연연합 등 관련 단체와 지속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가겠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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