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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는 시대의 기록자요 감시자”…섬유공예작가 송번수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송번수 50년의 무언극’

사회부조리 고발부터 종교적 메시지까지

화업인생 50년 회고 100여점 작품 선보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원로 섬유공예가 송번수(74) 작가의 50년 작업일생을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는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 ‘송번수_50년의 무언극’전을 3월 10일부터 과천관 제1전시실과 중앙홀에서 개최한다. 올해 첫 전시이자 한국 현대미술작가 시리즈 중 공예 분야의 네 번째 전시다.

전시에는 송번수 작가의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50여년 화력을 보여주는 작품 100여점이 선보인다. 장르도 판화, 타피스트리, 종이부조 등 다양하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전쟁과 재난 등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에서부터 종교적 메시지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판토마임, 1972, 스테인레스 스틸에 세리그라피, 111×79㎝×(2), 제2회 서울 국제 판화비엔날레 대상수상작.[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작가는 시대의 기록자요, 감시자이면서 비판자여야 한다”는 작가의 신념은 1974년 ‘공습경보’ 시리즈를 비롯 2000년대 타피스트리 작품 ‘이라크에서 온 편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주제로 한 ‘2011.3.11’로 나타난다. 다만 그 형식은 좀 더 은근하고 작가의 조형언어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공습경보’는 방독면을 쓴 제자의 모습을 판화로 제작한 작품으로 1970년대 유신정권시대 부조리를 빨강, 파랑, 노랑 등 공습경보의 다섯단계를 그대로 차용해 만들었다. ‘이라크에서 온 편지’에선 가시만 남은 장미줄기가 천을 뚫고 나오는 모양으로 표현했다. 전쟁과 평화, 삶과 죽음, 이성과 광기의 대조를 은유한다. 

공습경보, 1974, 세리그라피, 150×150㎝ (붉은 색).[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1960년대 판화로 등단한 작가가 타피스트리와 인연을 맺게 된 건 1977년 파리 유학을 하면서다. 씨실과 날실이 만나 그림이 완성되는 타피스트리는 작업 기간이 길어 1년에 한 점을 완성하기 힘든, 작가의 집약적 노동을 요하는 장르다. “과정의 정직함과 유화는 갖지 못하는 특유의 광채에 타피스트리에 빠졌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이라크에서 온 편지, 2006, 아크릴사, 평직, 229×277cm.[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송번수는 ‘장미와 가시’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작가는 “나에게 장미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며 “1970년대 한국사회의 현실을 수혈받는 장미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작으로 올수록 장미는 꽃이 사라지고 가시와 줄기만 남는다. 꽃이 사라진 장미의 줄기는 오히려 부조리에 대한 고발, 개인적 독백, 종교적 메시지까지 더 다양한 함의가 가능해졌다. 2001년 헝가리 개국 1000년 기념 국제 타피스트리 전시에서 가시이미지를 작품화 한 ‘이성과 논리’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작가의 위상이 제고되기도 했다.


2011.3.11., 2011, 아크릴사, 평직, 195×274㎝.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강렬한 푸른색의 ‘미완의 면류관’으로 절정에 이른다. 경기도 광주 능평성당의 ‘미완의 면류관’과 쌍둥이 격의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푸른색으로 제작했다. ‘미완의 면류관’은 국내에서 제단 벽에 설치된 타피스트리로는 유일하게 십자도상이 없다. 섬유미술과 종교미술, 공예와 회화가 어우러진 최고의 접점에 선 작품으로 평가된다. 

미완의 면류관, 2002~2003, 모사, 평직, 302×298㎝.[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송번수의 타피스트리는 한국 현대섬유예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으나 대중적인 조명을 받지 못했다”며 “송번수를 재발견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6월 18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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