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날카로운 분석으로 현실 비평을 해온 사회평론가 복거일 씨가 중국이 사드 배치를 거세게 반대하는 것은 다른 걸 얻어내려는 속셈이라며, “중국의 본심은 사드를 협상의 패로 삼아서, 다른 논점들에서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속셈은 다름아닌 한국 국론 분열과 남중국해에 쏠린 관심을 한반도로 돌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복거일씨는 7일 한영문 병렬판으로 펴낸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북앤피플)에서, 중국은 사드를 반대한 뒤로 이미 이런 성과를 얻었다며, 우리는 전자파 위해 논란 등 국론 분열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사드 논의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개발에 중국 책임이 크다는 점을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원래 중국의 기술과 자금으로 시작했고, 뒤에 파키스탄의 기술적 도움을 받았는데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도 중국이 원조해 북한 핵무기에 대한 중국의 도덕적 책임이 총체적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개발은 북한과 중국의 ‘계획적 범죄’라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의 핵무기를 논의하는 ‘6자회담’의 주재국으로서 중국은 효과적 합의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썼고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을 벌어주었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 제재에 대한 최근 중국 외상의 발언, 즉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집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개별적 국가는 단독으로 그것을 실행해선 안된다”는 입장도 제재의 시각을 자꾸 늦추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 정권을 감싸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중국에 미칠 정치적 영향때문으로 그는 본다. 북한에서 압제적 정권이 무너지면 자유화의 바람은 중국도 집어 삼킬 수 있다. 최근 ‘아랍의 봄’이 바로 그런 예다.
그래서 중국 정권은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양 쪽이 냉정하게 대처햐야 한다는 논평으로 논점을 흐려 북한을 두둔한다. 심지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북한을 핵실험으로 내몬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북한의 위협을 막을 사드가 중국을 위협한다고 시비를 걸고 있는 현 상황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사드정국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북한 정권의 유지와 핵무기 개발 사이엔 유기적 연관이 없다고 중국을 설득하는 일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관계를 뒤흔들어서 미국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려는 중국의 기본전략에 방해가 된다는 점도 상기시키는게 필요하다.
그는 또 중국이 키워온 북한의 뿔이 이미 지나치게 커져 둘러친 그물을 찢고 나올 판임을 중국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내세우는 중국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은 도덕적 접근이다. “악한 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돕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부도덕하다는 점을 중국에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도덕적 무기가 외교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관련, “제일야당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므로, 중국이 배치 과정을 중지시키기 위해 점점 더 아픈 보복들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한국의 깊은 이념적 분열에서 나온 약한 사회적 응집력은 중국과의 교섭에서 한국의 결정적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한국이 중국과 상대하는 일을 ‘미끄러운 비탈’에 비유하며, “무척 힘들고 큰 값을 치러야 하지만 마음만 굳으면, 미끄러운 비탈도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첫걸음은 “중국에 대고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의 개발에 중국이 책임이 크다”고 말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는 2009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소책자를 이번에 영문을 나란히 함께 싣고 174쪽에 달하는 새로운 서문에 남중국해와 사드 등 현안을 짚어 새 책이나 다름없다.
이 책을 출간한 북앤피플 김진수 대표는 “베트남과 필리핀,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등 중국과 관련된 나라들의 정치지도자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읽을 수 있도록 영문판을 실었다”며,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각국 관계자들에게 책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