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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은 여성의 적? ②] 2030女, ‘음주 다이어트’하다 알코올중독 될수도…
-안주 대신 술만 먹는 ‘드렁코렉시아’
-최근 젊은 여성 다이어트法 떠올라
-빈속 폭음, 알코올 흡수 가속화시켜
-간ㆍ뇌에 악영향…“알코올중독 위험”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대학생 양모(22ㆍ여) 씨는 올 초부터 술을 마시기 위해 식사를 줄였다. 평소 활달한 성격의 양 씨는 지인들과 ‘한잔’을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께 다소 살이 찐 것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결국 다이어트를 하며 친구들과 만남도 계속하기 위해 술자리에서 안주는 안 먹고 술만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달 초 저녁 약속 이후 귀가 중 그만 필름이 끊기고 말았다. 택시 기사의 도움으로 겨우 집에 들어온 그는 당분간 술을 안 마시기로 했다. 

안주 대신 술만 먹는 ‘드렁코렉시아’가 최근 젊은 여성 사이에서 다이어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빈속에 폭음을 하면 알코올 중독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의의 경고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헤럴드경제DB]

양 씨처럼 술을 통해 섭취되는 칼로리를 줄이기 위해 음식 섭취를 줄이는 ‘드렁코렉시아(drunkorexia)’가 최근 외모에 신경 쓰는 젊은 여성들의 화두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미국 뉴욕의 칵테일 바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드렁코렉시아’는 술고래(drunk)와 거식증(anorexia)를 합성한 신조어로, 체중과 몸매 유지를 위해 식사를 줄이고 밥 대신 술을 마시는 현상을 의미한다. 유사한 용어로 음주 거식증이나 음주 다이어트 등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음주 다이어트는 자칫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허성태 원장은 “살을 빼고 몸매를 유지하고는 싶은데 술을 줄일 수는 없는 젊은 여성들이 마지막에 음주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빈속에 폭음을 하거나 혹은 폭음 뒤에 아무 것도 먹지 않는 드렁코렉시아와 같은 행위는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매우 위험한 방법”이라고 우려했다.

식도, 위장, 소장, 대장을 거치는 알코올은 주로 소장을 통해 몸으로 흡수된다. 만약 빈속에 음주를 하게 되면 술이 위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지게 되고 알코올이 바로 소장으로 흡수돼 더 빨리 취하게 된다. 더욱이 알코올 분해효소가 제대로 작용하기도 전에 술이 체내에 흡수되면서 간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의의 설명이다.

허 원장은 “외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복 음주가 마치 알코올을 정맥에 주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며 “실제로 빈속에 술을 마시게 되면 구토 증상, 의식 혼미, 기절 등과 같은 급성 알코올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빈속에 술을 자주 많이 마시면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뇌세포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허 원장은 “‘드렁코렉시아’처럼 의도적으로 끼니를 거를 경우 건강 상태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영양실조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상태에서 폭음을 하게 되면 블랙아웃 같은 신체적 문제는 물론 심리적인 문제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살을 빼기 위해 음식물 섭취를 줄이다 보면 나중에는 먹기가 싫어지고 결국 억지로 먹고 토하는 폭식증이나 거식증과 같은 섭식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술만으로 배를 채우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다이어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음주 후 설사제나 이뇨제를 먹기도 한다.

허 원장은 “‘드렁코렉시아’의 경우 먹는 것에 대한 불안을 완화시키는 수단으로 술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습관은 결국 알코올 의존이나 중독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음주 다이어트라는 명목 하에 잘못된 음주 문제가 가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사를 줄이는 것보다 영양가 없는 고칼로리 음료인 술을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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