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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 커지는 ‘도시바 인수전’… 韓, 반도체 산업 위협되나
- 도시바, 3일부터 인수제안서 발송 시작
- SK하이닉스 ‘신중모드’ 전환… 필요자금 20조원 넘을수도
- 낸드플래시 전망 밝지만 ‘승자의 저주’ 될수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부문 전체를 매각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주부터 인수 가능 후보군들에게 인수제안서(letters soliciting offers)를 보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초 도시바 지분 20%를 3조원 가량에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던 SK하이닉스는 인수 필요자금이 예상보다 커지자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업계에선 중화권의 반도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부터 반도체 사업 인수 의향서를 접수받기 시작했다. 도시바는 입찰제안서를 3월 29일까지 접수 받은 뒤 인수 의향서 제출자 가운데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각 국의 독점금지법 심사도 매각 작업의 중요 요소다.

매각 대금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최소 15조원에서 최대 26조원 가량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시바 측은 메모리 사업 지분 전체의 가치가 약20조원(2조엔가량)으로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도시바는 오는 3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4월1일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분사를 공식 결정할 예정이다.

당초 20%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SK하이닉스 측은 입찰 여부 등에 관해 아무것도 확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성욱 부회장이 최근 “제안서가 오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히면서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확실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투자 필요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커지면서 신중 모드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적게 잡아도 처음 써낸 가격(3조원) 보다 4~5배가 이르는 자금이 필요하게 된 상황”이라며 “제안서는 보내겠지만 도시바 내부 경영 자료를 확인하는 성과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경영권 전체를 매각키로 하면서 업계 ‘큰손’들이 움직이는 상황이라 SK하이닉스측의 고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대만의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 궈 타이밍 회장은 최근 “매우 자신있다. 진지하다”고 밝혔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물의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이다. 다만 궈 회장은 도시바 지분의 몇 퍼센트를 인수할지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폭스콘은 지난해 LCD패널을 생산하는 샤프를 인수했고, 노키아의 휴대전화 부문도 인수하면서 삼성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 위협을 노골화 하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2014년 하반기부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업체다. 올해는 70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 세 곳을 동시에 건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화권의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콘이 또다시 낸드 플래시 원천기술을 보유한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높은 진입장벽으로 보호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기기의 고성능화, IoT(사물인터넷) 환경 고도화 등으로 오는 2020년까지 매년 평균 44%씩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SSD저장장치 확대와, 스마트폰 고용량화, 빅데이터 증가는 3D낸드 수요 급증 추세로 이어진다.

여기에 중화권 자금이 도시바의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경쟁력은 시장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란 관측도 여전하다. 최근 3D낸드 48단 양산 공장의 경우 공장 하나 설립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10조원을 훌쩍 넘기는 상황에서 도시바를 인수하고, 여기에 다시 공장을 설립하는 등의 자금을 고려하면 경제성과 시장성 등이 모두 완벽한 조합을 갖춰야만 인수 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올해말 메모리 시장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전망조차 엇갈리는 상황이다. 인수가 곧 성공을 의미한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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