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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삼성’ 시험이 시작됐다
이재용 부회장 친정체제 가속화
각 사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
중장기 투자 등은 위축 불가피

삼성의 심장부였던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38층과 40층, 41층. 2일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있는 3개층은 마지막 남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짐을 싸는 임직원들로 부산했다. 미전실이 사용하던 공간은 이번주중 사무 집기가 철거된 후 5일 폐쇄된다. 미전실이 1일자로 해체되고 수뇌부가 모두 퇴사하면서 삼성그룹은 사실상 해체됐다. 미전실이 사라진 삼성 계열사들은 경영구조의 뼈대를 바꾸는 시험대에 올랐다. ▶관련기사 13면

2일 재계는 삼성은 쇄신안을 통해 58년동안 이어진 경영방식을 송두리째 버리고 새로운 성장공식을 택했다고 내다봤다. 삼성은 그동안 총수가 큰 틀을 짜면 컨트롤타워가 전략을 세우고 계열사가 실행하는 수직적인 구조로 경영됐다.

쇄신안의 골자는 미전실 해체와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이다. 이는 삼성이 한국식 오너경영을 탈피하면서 의사결정구조 변화와 인적쇄신을 한번에 꾀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의 세대교체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전환점이다.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그룹의 2,3인자로 불리던 최지성 미전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도 삼성을 떠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장 신임하던 김종중 전략팀장(사장)과 정현호 인사팀장(사장)도 퇴사했다. 이는 향후 사장단 인사에서 과감한 인적쇄신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08년 삼성비자금 특검이 끝난 이듬해 1월 실시된 사장단 인사에서 50대 사장단이 약진한 바 있다. 재계는 이번 쇄신을 기점으로 ‘이건희 회장의 사람’들이 물러나고 이 부회장의 친정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도 지난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계기로 이병철 선대회장의 사람들을 퇴진시켜 내부 조직을 장악한 바 있다.

삼성의 의사결정구조도 바뀐다. 미전실의 지시를 따르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가 인사와 경영 현안을 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이 한국식 오너 경영을 계열사 자율 경영으로 뼈대를 바꾸는 중심축에는 이사회가 있는 셈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과거와 결별하는 방법론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은 글로벌기업들이 주로 도입하는 방식이다.

삼성만의 혁신은 당분간 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계열사 자율 경영으로 선단식 경영의 폐해는 줄일 수 있지만 한국식 경영풍토에서 오너만이 결단할 수 있는 대규모 인수합병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 계열사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가다 보면 단기 실적에 쫓겨 중장기 사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하게 되면 당장 영업이익이 내려간다“며 “태생적으로 모험하기를 꺼려하는 전문경영인 입장에서 신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고 말했다.

자율경영이 시작되면서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역할론도 부상했다. 삼성전자가 그룹 매출의 60% 맡고 있고,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몸담고 있는 만큼 무게가 실릴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또 실탄이 풍부한 삼성전자가 인수합병 주도권을 거머쥘 것으로 관측된다. 새로운 삼성을 이끌 인재들도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에 전진 배치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지주사 전환 통해 공식적인 컨트롤타워를 만들기까지는 몇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삼성의 과도기적 경영체제 전환 시도는 결국 시장에서 결과로 수렴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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