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태극기를 내세운 친박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의 최종 결론이 임박하자 폭력을 사용해 물의를 일으키고 헌법재판소에 난입을 시도하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이면서 태극기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 이에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민족 독립과 민주화의 상징인 태극기를 되찾겠다”며 3ㆍ1절에 열리는 대규모 촛불집회에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올 것을 독려했다.
안진걸 퇴진행동 공동 대변인은 28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3ㆍ1절 촛불집회는 부패하고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깨끗하게 독립한다는 의미에서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를 재연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각자 작은 태극기를 들고 나와도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라도 마음껏 태극기를 흔들 수 있다”며 “탄핵반대 측과 구분하기 위해 노란 리본을 달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태극기를 가지고 있다고 무조건 탄핵반대로 몰아 반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진설명=친박단체들이 태극기를 내세워 폭력을 일삼자 퇴진행동은 “태극기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기 위해 3ㆍ1절 촛불집회에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와달라”고 밝혔다. 지난 25일 주말촛불집회에서 세월호를 의미하는 노란 리본을 단 태극기를 든 집회 참가자.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
퇴진행동이 이날 태극기를 흔들려는 것은 친박단체가 태극기의 이미지를 독점하면서 그 의미가 훼손됐다고 보고 이를 되찾겠다는 의미다.
안 대변인은 “박근혜 범죄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태극기를 악용하면서 문제가 됐다”며 “이번 집회에서 누가 진짜 나라를 진정 사랑하는지 확인하자”고 자신있게 말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태극기의 의미를 헌정질서를 유린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등 친박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로 경찰과 취재진을 폭행하는 등 폭력을 사용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이 지난 18일 집회 중 ‘국민저항본부’ 발족을 선언하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되는 상황은 합법의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났다. 박사모 카페에는 이정미 헌법재판관이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살해하거나 테러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글 작성자를 서둘러 검거했고, 25일 태극기 집회에는 휘발유를 소지한 채 분신을 시도하려고 한 참가자도 나왔다.
더 큰 문제는 폭력의 방향이 자신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탄핵찬성 측 집회 참가자나 사법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7일 최종변론기일이 진행 중이던 헌법태극기부대는 헌법재판소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이 제지하자 이들은 ”경찰이 아니라 간첩“이라거나 ”경찰이 촛불에 세뇌당했다“며 욕설과 몸싸움을 서슴치 않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1일 집회에 양측 모두 태극기를 내세운 채 대규모 집회를 열 것으로 보여 양측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날 친박단체들은 당초 퇴진행동이 행진을 이어가던 청와대 방면과 국무총리공관 방면으로 행진하겠다며 사전에 집회 신고를 냈다. 퇴진행동 측은 “평소 우리가 행진해왔다는 점은 강조해 법원에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그 결과를 기다리되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충돌을 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당일 보수단체들은 광화문 광장 양 옆길로 행진하고 진보단체는 광장에서 집결하기로 해 다른때보다 지리적으로 근접할 소지가 있다”며 “차벽이나 경찰 인력으로 최대한 양측을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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