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기업 지갑 연 한 마디 ‘BH’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청와대가) 동냥은 못줘도 쪽박 깰 수 있다고 봤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61) 씨 등의 재판에서 검찰은 서재환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의 진술 조서를 r공개했다.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선 금호, 두산 관계자들은 ‘청와대(BH) 지시’라고 생각해 출연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금호, 두산, 포스코 관계자들은 미르 재단에 자금을 출연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이례적’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김모(48) 금호 경영지원팀 부장은 “지난 2015년 10월 25일 (재단 모금을 맡은) 전국 경제인연합회 박찬호 전무는 서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까지 7억원을 출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서 사장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김모 두산그룹 사장도 “전경련 측이 2015년 10월 25일 대통령 지시로 500억이 늘었다고 하면서 이날 안으로 늘어난 금액에 대해 출연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다”고 법정서 밝혔다.

이들은 모두 미르 재단 출연 과정은 특수한 사례라고 했다. 검찰은 이날 김 사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두산 그룹에서는 재단 설립 및 운영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기간을 정해 재단에 출연한 경우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최모 포스코 부사장은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미르나 K스포츠재단처럼 갑자기 전화해서 수십억씩 받아가는 경우가 있었느냐”고 묻자 “일해재단이 기억난다”면서 “그외에는 없다”고 답했다.

금호의 경우 당시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았지만 재단 출연을 강행했다고 김 부장은 털어놨다. 금호산업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6년 간 채권단 워크아웃 상태였다. 그럼에도 김 부장은 “계열사인 아시아나 항공과 금호타이어에서 각각 3억원, 4억원 씩 재단에 출연하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금호 그룹의 연 기부한도 2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자금을 출연했지만 전경련으로부터 받은 건 한 장 짜리 ‘설립 추진 계획서’가 전부였다고 김 부장은 말했다. 앞서 검찰이 최 씨의 2회 재판에서 공개한 이 계획서에는 추진계획에 해외 문화교류, 문화상품 해외진출 지원, 문화콘텐츠 창작지원, 한중 문화협력 교류 등이라고 두 줄 남짓 기재돼있다.

이들 대기업 관계자들은 ‘청와대(BH) 지시’라 생각해 출연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부장은 “권모 전경련 팀장도 ‘재단 설립은 BH관심사항’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도 “경제수석이 한류확산이나 국정기조를 이유로 정책을 추진하면 나몰라라 할 수 없다”며 “당장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고 기업하는 입장에서 좋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출연을 거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yea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