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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회특수요? 노점에 민폐족에… 자영업자들 매출 반토막 울상
노점상 점령…단골손님도 뚝
집회 현장서 음주 소란도 빈번

서울 광화문로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신 모(52) 씨는 주말 근무 때마다 장사 걱정이 앞선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서 매주 이어지는 탄핵 찬ㆍ반 집회 참가자들 때문에 크고 작은 소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했던 어르신들이 편의점 안에서 자신들이 싸온 도시락을 까먹고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경찰을 부르기도 했다. 신 씨는 “신문에는 촛불 특수로 편의점이 웃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문을 닫아야 하나 걱정할 판”이라며 “참가자들끼리 가게 안에서 다투는 등 정상적인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인근 상인들은 급증한 노점상과 소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집회 초반 ‘명예혁명’으로 불릴 만큼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던 광화문 광장에는 대규모 술판이나 쓰레기 무단 투기 등 민망한 모습도 나왔다.

주말 탄핵 찬ㆍ반 집회가 진행됐던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로 곳곳에는 노점상들이 술을 팔고 있었다. 인근 상인들은 “노점상 때문에 거리만 더러워지고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사진=헤럴드 DB]

광화문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홍지영(41ㆍ여) 씨도 계속되는 집회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탄핵 정국 초반에는 ‘촛불 특수’로 불릴 만큼 주말 손님이 늘었지만, 최근에는 반대로 주말 매출이 떨어졌다고 했다. 홍 씨는 “거리에 노점상이 늘어나면서 정작 가게를 찾는 손님은 매주 줄어들고 있다”며 “최근에는 노점상이 술까지 팔기 시작하면서 인근 술집 매상도 떨어지고 있어 점주들 불만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지난 25일 집회가 진행됐던 광화문로에는 노점상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상당수 노점상은 세종로 공원과 차도에 자리를 마련하고 소주와 막걸리 등을 팔고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도 술 판매는 과하다며 눈쌀을 찌푸린다. 이날 집회에 나선 직장인 박정수(30) 씨는 “집회 초반에는 노점상이 있더라도 이렇게 술판을 만들지는 않았다”며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집회가 벌어지는 서울광장과 헌법재판소 인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집회 참가자들이 가게 앞을 가로막거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장사할 수 없는데다, 거리에서는 노점상이 커피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42ㆍ여) 씨는 “자리를 치우지도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내는 등 장사에 방해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요즘에는 단골손님들도 가게에 찾아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경찰도 고민에 빠졌다. 한 경찰 지구대 관계자는 “평일에도 헌재나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집회가 매일 벌어지면서, 인근 상인들의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저녁 시간에는 집회 방송 차량과 퇴근길 시민들이 겹쳐 교통체증 불만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말 집회에 모이는 노점상은 현실적으로 모두 단속이 어렵지만, 안전문제나 소란 등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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