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계획적 출산으로 학대 환경 조성
- 사회적 고립도 학대 조장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전 부인으로부터 낳은 큰아들(6), 자신이 훈육한다며 폭행해 숨지게 한 둘째아들(사망 당시 2세), 그리고 셋째딸(2)과 태어나자마자 영아원에 보냈다가 최근에야 키우기 시작한 막내아들(1).
지난 23일 두살배기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강모(29) 씨 부부가 낳은 아이들이었다. 이들 중 큰 아들은 강씨가 현재 부인과 결혼하기 전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았고 나머지 아이들은 현재 부인 사이에 낳은 자녀다. 죽은 강모 군은 둘째 아들이자 현재 부인이 낳은 첫 아들이다. 막내 아들은 강씨가 둘째 아들을 숨지게 한 뒤 낳았다.
전남 여수의 한 빌라에서 2살 짜리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한 20대 아버지가 구속되면서 또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부부는 무계획한 출산과 경제적 무책임으로 아동학대의 환경을 스스로 조성했다. 그러나 사회가 보다 관심을 가졌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이 아이들은 강 씨 부부의 사랑의 결실이고 책임감을 가지고 보살피고 양육해야 하는 아이들이었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전남 광양경찰서 관계자는 “강씨 부부가 별다른 소득 없이 아이들 한명 당 10~20만원 씩 나오는 양육수당에 의존해 살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낳았다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은 한달 80만원 가량의 돈이 이들 부부의 생계수단이었던 셈이다.
이들 부부는 아내의 선배 아이까지 도맡아 길렀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돈이 없다 보니 그렇게 남의 아이를 맡아 기르고 그 댓가로 일정 금액을 받아서 모자란 돈을 채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얼마나 많은 액수를 댓가로 받았는지는 향후 수사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부는 이 많은 아이들을 제대로 기르지 못했다. 결국 강씨는 보채는 아들을 훈육한다며 안방으로 데려갔지만 이후 거실로 나올때는 축 늘어진 시신을 안고 나왔다. 훈육을 체벌로 오해한 댓가였다. 대신 맡은 남의 아이에게 마저 손찌검을 해 얼굴에 피멍이 들게 했다. 막내 아들은 출생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영아원에 보내기도 했다. 결국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우지는 못 한 것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한선희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일반적으로 건강성을 유지하는 가정에서는 아이를 많아야 3명 정도 낳아 기르는데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가정의 경우 자녀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를 볼 수 있다”며 “자녀가 많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부가 책임감과 계획을 가지고 낳은 것이 아니라면 경제적 방임을 포함해 아동학대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력은 부족한데 주변에서 이들 부부의 양육을 도울 도움의 손길은 더더욱 적었다. 경찰이 사건이 발생한 뒤 아이들을 맡아 줄 연고자를 찾았지만 부부가 수년 째 자신의 부모와도 연락을 끊고 사는 등 고립된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많을수록 주변에서 양육 방법을 가르쳐주거나 모자란 일손을 채워주는 등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가 큰 데 문제가 되는 가정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15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 5명 중 1명은 사회ㆍ경제적으로 취약하거나 고립된 상황으로 나타났다. 또한 33.7%는 양육 태도 및 방법이 부족한 상태였다.
한 관장은 “아동학대를 구조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국가의 복지정책이 보다 정교해지고 사회안전망이 보다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