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탄핵심판 임박 ‘극한 대립’…과연 국민은 승복할 준비가 되어있나?
-“아스팔트 핏물” vs “기각하면 혁명”
-전문가 “탄핵 이후 승복 더 큰 문제”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의의 출발점을 ‘분노’라고 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그것을 선의로 봤다. 최근 세간을 뒤흔든 ‘정의 논쟁’이다. 정의 논쟁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를 둘러싼 것이다. 헌재의 판단과 관련한 정의의 출발점은 ‘승복’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헌재의 고유 권한과 판단, 그것을 휘두르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헌재의 선고 이후 불거질 분열상을 불식하기 위해선 ‘승복’이 전제돼야 한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탄핵심판이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극심한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우익진영에서는 “아스팔트 100만명 핏물” 발언으로 헌법 재판관을 자극했다. 촛불진영에서는 ‘기각되면 혁명이 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인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 22일 헌재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탄핵심판을 국민이 결정하도록 맡기면 촛불집회ㆍ태극기 집회가 전면 충돌해 서울 아스팔트길 전부가 피와 눈물로 덮일 것”이라며 “그러려면 헌재가 뭐하러 있느냐. 국민의 세금을 쓸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내란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영국 크롬웰 혁명에서 100만명 이상이 죽었다”고도 경고했다.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하며 “국회가 뇌물, 직권남용, 강요죄를 모두 더한 동서고금에 없는 ‘섞어찌개’ 범죄를 만들어 탄핵소추를 했다. 한심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탄핵 결정을 요구하는 촛불 세력과,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 보수세력이 나뉘어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 누구도 헌재의 결정이 자신의 뜻과 다를 경우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심판정 안팎의 분위기가 과열돼 재판관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헌재는 경찰에 재판관 8명의 24시간 근접 경호를 요청하기로 하는 등 분위기는 심상찮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국정농단 사태 본질에서 벗어나 ‘재벌해체’를 외치는 상황도 우려된다. 당장 이번 주말에도 촛불시민들의 48시간 시위와 박사모 등 친박진영의 비상사태 선언이 맞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결정 이후가) 매우 걱정이다. 만약 인용이 된다면 보수진영의 대대적인 불복운동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이미 박 대통령의 변호인을 비롯해서 탄핵을 반대하는 탄기국 등에서는 ‘헌법재판관을 믿을 수 없다’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반대로 탄핵이 기각된다면 촛불민심이 분노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어느 쪽이든 대한민국 안에서 남남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탄핵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헌재 결정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전원(헌법) 교수는 “(탄핵결정이 임박하면서) 갈등이 점점 증폭되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 탄핵 문제를 순수한 법적책임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자꾸 진영 논리로 끌어들여 법이 아닌 정치적 문제로 변질 시키려는 상황 때문에 갈등 구조가 형성되고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이자 최고 수준의 법으로 ‘법 위의 법’, ‘법 중의 법’이다. 하지만 탄핵정국에서 헌법의 존엄은 땅에 떨어졌다는 위험한 모습도 포착됐다.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야기된 부도덕과 무질서, 혼란에 사회적인 분노까지 어우러져 증폭될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망이다.

양승함 연대 정치학과 교수는 “헌재 판결이후 우리나라가 사회적 갈등을 치유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헌재 판결에 승복할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상태로 가다가는 승복할 여지가 없고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이걸 자신들의 정략에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박 대통령도 당연히 승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국민적 갈등이 진화될 수 있다”며 “오히려 탄핵 결정을 지연시키려고 하고 헌재를 농단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우려를 보였다.

대선 이후 우려도 나왔다. 양승함 교수는 “선거에 대한 승복도 잘 안할 수 있다. (자기 쪽이) 승리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라고 볼 것”이라면서 “우리사회가 나와 다른 사람의 주장도 정당성을 가지고 개진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는, 그 사안의 중대함 못지않게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꽤 오랜 시간동안….

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