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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검 “뇌물확실”vs 삼성 “죄명만 추가”…450분 법리전쟁
특검 “허위계약으로 명마구입”
삼성측 “사실과 달라…정상매각”
법원 “새혐의·증거자료 구속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특검은 1차 영장 기각 이후 가다듬은 증거와 법리를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특검은 양재식(52ㆍ사법연수원 21기) 특검보를 비롯해 ‘특검의 가장 잘 드는 칼’ 인 윤석열(56ㆍ23기) 수사팀장, 한동훈(44ㆍ27기) 부장검사 등을 투입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17일 대치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의 구속으로 특검수사의 전환점을 마련한 셈이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고사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삼성은 문강배 변호사(57ㆍ16기)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 송우철 변호사(55·16기),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권순익 변호사(51·21기), 대전지검 특수부장 출신 이정호 변호사(51·28기) 등을 방패로 삼았다.

특검과 삼성은 16일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한 영장실질심사에서 7시간 30분에 걸친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특검이 전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적시한 혐의는 5가지다.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위증 등이다. ‘재산국외도피죄’와 ‘범죄수익은닉죄’를 추가했다.

삼성 측은 “새롭게 추가된 사실관계는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비덱스포츠(코어스포츠)간 용역계약 체결, 삼성전자가 마필 등을 구입하기 위해 독일로 송금한 행위 등에 대해 새로운 죄명들만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혐의 중 ‘뇌물공여’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거액의 뇌물을 주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열사 합병 등에서 청와대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검은 또 지난달 19일 영장 기각 후 4주간의 보강 수사를 통해 삼성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독일의 최순실 소유회사 코레스포츠에 78억원을 송금한 것이 ‘재산국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 간 용역계약이 허위로 삼성전자가 마필을 소유한 적도 없으므로 삼성전자가 독일로 송금한 돈은 ‘최순실에 대한 증여’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컨설팅 계약은 용역계약인만큼 외환거래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했다. 삼성 관계자는 “‘뇌물’임을 전제로 해 기존 사실관계에 새로운 혐의를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법원을 설득하지 못했다.

또 특검은 2차 구속영장에서 삼성이 지난해 10월 최순실씨 딸 정유라(21) 씨에게 20억원이 넘는 명마 ‘블라디미르’ 등을 우회 제공한 혐의를 뇌물공여에 추가했다.

삼성이 비타나V 등 정씨의 기존 연습용 말 두 필을 덴마크 중개상에게 넘기고, 돈을 더 얹어주는 방식으로 훨씬 더 비싼 블라디미르 등 명마 두 필의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허위 계약서가 이용돼 범죄 수익을 숨겼다고 보고 ‘범죄수익은닉죄’를 적용했다.

특검은 삼성의 정유라에 대한 지원이 ‘뇌물’ 즉 범죄수익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 삼성전자의 마필 구입과 매각 계약 등 모두 허위인만큼 범죄 수익 발생 원인과 처분 사실을 가장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실제로 마필을 구입해 소유하고 있다가 2016년 8월 마필을 매각한 것이므로 특검 측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비선실세인 최순실(61)씨 측에 건넨 돈의 성격도 쟁점이 됐다. 최씨 측으로 흘러들어간 삼성 지원금의 성격이 뇌물인지, 강요에 의한 피해금인지로 갈렸다.

특검은 삼성이 최 씨 모녀를 지원한 대가로 특혜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보강수사에서 삼성그룹 순환출자해소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청와대 측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외압을 행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삼성SDI가 순환출자 규제에 따라 팔아야할 삼성물산 지분을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여줬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공정위 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이라면서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러한 양측 주장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17일 오전 5시 37분께 뇌물공여 등 5가지 혐의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반면 함께 영장이 청구된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춰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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