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불법유출은 범죄”…법무부 수사 지시
-정보기관, 트럼프 불신 “민감 정보 보고 안 해”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취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러시아 스캔들’로 최대 위기를 맞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무려 75분간 기자회견을 갖고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러시아 내통’ 사건으로 불거진 트럼프 정부와 러시아 정부 간의 유착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플린 전 보좌관의 러시아 제재 해제 논의를 옹호하면서 오히려 ‘기밀 불법유출’을 문제삼으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에 대해 “나는 러시아와 아무 관련이 없다. 거기에 아무런 계약도 없다. 아무 것도 모르며, 아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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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 |
그는 “얼마나 많이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가? 러시아는 모략이다. 나는 관계가 없다. 지난 몇년 간 러시아에 전화한 적도 없다”면서 “나는 러시아에 빚이 없다. 러시아에 대출도 없다. 러시아에서 어떤 거래도 없다. 러시아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대사와 수차례 접촉하는 과정에서 ‘대(對) 러시아 제재 해제’ 등을 논의한 문제로 낙마한 플린 전 보좌관에 대해서는 “그가 어떤 잘못된 일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옳은 잃은 했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했다.
다만 “문제는 그가 우리의 부통령에게 이를 적절히 말하지 않은 데 이어 기억나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이라면서 ‘거짓 보고’가 경질 원인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자신이 플린에게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해제 논의를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가 논의하지 않았다면 내가 지시했을 것”이라며 제제 해제 논의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이 자기 일을 했으며, 나는 그에게 동의했다”며 “우리는 매우 강력한 핵보유국이고 러시아도 그렇다. 핵 홀로코스트(대량 학살)는 그 무엇과도 다를 것”이라며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안보상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대선 기간 캠프 관계자들과 다른 측근들이 러시아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 등과 지속적으로 접촉했다는 보도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밀 불법유출과 언론을 강하게 비난하며 초점을 돌리고자 했다.
그는 “정보 유출은 형사 범죄”라면서 미 정보기관들의 정보유출 의혹에 대한 법무부의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외부로 유출된 정보의 출처를 “정보기관 사람들”이라고 지목해, 사법당국이 정보기관을 상대로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또한 뉴욕타임스(NYT), WSJ 등 언론사를 거명하며 “(정보기관의) 정보유출은 사실이고, 뉴스는 가짜다”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유착설에 대해서도 “여러분들이 러시아에 대해 원하는 대로 말해도 된다. 그러나 그건 허구의 가짜 뉴스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를 비난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많은 문제를 엉망인 상태로 물려받았다”고 한 것을 비롯해 4차례나 ‘엉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전임 정부에 책임을 전가했다.
한편 미국 정보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불신해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전ㆍ현직 정보기관 당국자들을 인용, 정보기관 요원들이 민감한 정보의 유출을 우려한 나머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가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대통령의 정보 접근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하지 않은 정보 중에는 외국 정부에 대한 첩보활동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와 정보원들이 누군지 등도 포함돼 있다고 전ㆍ현직 관료들은 전했다.
pin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