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의 2인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2주 동안이나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거짓말에 속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펜스는 좌충우돌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보완할 ‘안심 카드’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펜스가 이너서클(핵심층)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플린으로부터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통화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펜스는 이를 토대로 지난달 중순 TV에 출연해 플린을 옹호했다.

하지만 트럼프와 일부 백악관 참모들은 지난달 26일 플린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펜스는 지난 9일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를 통해 플린의 거짓말에 대해 알았다. 트럼프와 백악관 참모들이 2주동안이나 펜스에게 플린에 대한 사실을 숨긴 것이다.

14일(현지시간) WP는 “펜스는 대선 기간과 취임 이후 젊은 백악관 참모진들의 내분과 권력다툼에서 멀어져있었다”며 “이번 사태로 펜스는 자기 자신과 관련된 일조차 잘 모르고 있는 등 백악관 내 그의 영향력에 대한 의문이 떠오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플린 관련 논란이 확산될 때도 펜스는 트럼프에게 플린의 경질을 종용하지 않았다. 대신 펜스는 플린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백악관 참모들은 플린을 용납할 수 없다고 여겼다. 한 백악관 관리는 “부통령은 매우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어떻게 부통령이 플린의 거짓말에 대해 오랫동안 모를 수 있었느냐는 WP의 질문에 백악관 관리 2명은 “그를 핵심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혼란스러운 사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펜스가 단순히 무모하고 변덕스러운 대통령으로 인한 희생자인지, 백악관 참모들에 의해 고의로 배제됐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한 공화당 소속 인사는 “이번 일은 펜스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며 “그가 핵심 일원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15일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국의 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에 속은 현재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백악관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