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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싸다고 안타, 승객 하루 2~3명뿐”…‘모범’의 눈물
기사들 “손님없어 대기만”한숨
“손님 뚝…차량 유지도 힘들어”

16일 오후 서울역 광장 앞 모범택시 승강장. 이곳에는 시동을 끈 모범택시들이 줄지어 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시로 손님이 탑승하는 옆 차선 일반택시와는 달리 이곳 모범택시 승강장엔 2시간이 넘도록 손님 하나 찾아오지 않았다. 무료함을 이기지 못한 모범택시 기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근황이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고, 또 몇몇은 운전석에 앉아 부족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3년전에 비해서도 손님 수가 40~50%는 줄어들었어. 모범택시를 자주 이용하던 일본ㆍ중국인 관광객까지 크게 줄어 이젠 운행할 맛이 나질 않아.” 


모범택시가 처음 등장한 지난 92년부터 모범택시를 운행한다는 이재호(74) 씨는 힘든 사정을 털어놓았다. 이 씨 주변에서도 줄어드는 수입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에만 3명이 일반택시로 전환했다고 했다.

출범 후 15년이 지날때까지만 해도 모범택시는 일반택시 기사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옆에 서 있던 정은옥(70) 씨의 설명이다. 장기 무사고 운전은 물론 기본적인 외국어 능력이 모범택시 운전자의 필수 조건이라는 정 씨는 “깔끔한 제복 차림으로 대형 세단을 운전하는 모습이 여타 일반택시 운전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은 물론 스스로의 자부심을 높이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정 씨 역시 올해로 모범택시 운전 경력만 25년이다.

정 씨는 “벌이가 잘 될 때는 하루에 20만원씩도 순이익을 남겨 아내의 손에 쥐어주곤 했다”며 “나도 그렇지만 주변에선 모범택시 운전을 열심히해서 아파트 한 채씩 장만하고,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고 결혼까지 시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모범택시는 과거의 영광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 씨는 “서울시내 모범택시 운전자 가운데 하루종일 일해도 손님 2~3팀 태우는게 쉽지 않다”며 “차량 유지비도 안나오는데 집안 식구 다 먹여 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참 돈 벌어야 하는 젊은이들이 이 일을 한다면 당장 뜯어 말릴 것”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래선지 서울역 모범택시 정류장에 자주 오는 기사 가운데 막내가 65세일 정도로 고령화도 심한 상황이다.

손님이 없어 공항, 철도역, 버스정류장 등에서 시동을 끄고 대기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가스를 충전해도 이틀을 꼬박 쓴다는 것이 모범택시 운전자들의 하나같은 현실이었다. 이 씨는 “가스비가 많이 나와도 좋으니 손님 많이 태우고 오랫동안 멀리 운전해보는게 요즘 소망”이라고까지 말했다.

일반택시에 비해 비싼 기본요금 때문에 받는 불이익도 상당하다. 1990년대 초 900원이던 일반택시 기본요금은 현재 2800원으로 3배가량 올랐지만, 당시 3000원으로 시작한 모범택시는 현재 5000원으로 인상률은 두배가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기본요금구간 1.8㎞ 이후 140m마다 다음구간으로 가격이 변하는 일반택시에 비해 모범택시는 기본요금구간 3㎞ 이후 165m마다 다음구간으로 가격이 변하는 등 인상폭이 작고 느리다. 게다가 비싼 기본요금 탓에 일반택시들이 받고 있는 시외ㆍ야간 할증요금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이 바라는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택시비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 씨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모범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닌 ‘고급교통’으로 분류돼 각종 혜택에서도 제외되지만 택시 요금은 10년째 동결됐다”며 “연료 가격까지도 리터당 400원대에서 1100원대까지 오른 상황에 현업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만이라도 현실화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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