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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경영’ 삼성 사활건 이 부회장 방어권 확보전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삼성그룹이 사상 초유의 ‘리더십 공백’사태에 직면하면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특검이 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자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삼성은 창업이래처음으로 경영권을 가진 오너가 영어의 몸이 되는 위기에 처한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방어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15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다시 법정에 선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 이후 서울 서초사옥에 내내 머물면서 법무팀과 대책을 숙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달 영장이 청구됐을 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할 필요성을 입증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심사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치 않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4주동안 보강수사를 벌여 새로운 혐의를 추가했다. 삼성 측은 특검이 뇌물사건이란 프레임을 짜놓고 본류에서 어긋난 수사를 벌였다는 점 등 법적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칼끝이 이 부회장을 정조준하면서 삼성은 다시 총수 유고 위기에 내몰렸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10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 왔다. 삼성그룹의 경영시스템은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십,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계열사 전문경영인체제 등 3개 축으로 이뤄져있다.

그룹 내 계열사 사장단들이 개별 사업을 챙기고 그룹을 총괄하는 핵심사안이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결정은 모두 이 부회장을 거치는 방식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오너십의 부재로 삼성 경영시스템의 중심축이 무너지게된다. 그룹의 컨트롤타워기능을 맡는 미래전략실도 해체를 앞두고 있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도 특검 수사에 발이 묶여 그룹 전반을 챙길 여력이 없다. 


삼성으로서는 창사 이래 단한번도 총수 부재를 경험한 적이 없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수사 당시에도 이건희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이 부회장의 유고시 당분간 계열사 현안은 각사 전문경영인들이 맡고, 그룹 관련된 사안은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집단협의체 방식으로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종의사결정권자가 부재하는 여파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 위기에 놓이면서 삼성의 인사 및 투자, 사업 재편 등 전반적인 경영활동은 올스톱될 상황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에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구속 수사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동안 검찰과 특검의 수사와 국회 청문회에 성실하게 응했다”며 “총수 공백은 경영활동에 큰 지장을 주고 기업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무리한 구속수사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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