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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탕같은 캡슐담배’...건강에는 ‘악영향’
- 젊은층 유혹, 일반 담배보다 인체에 악영향
- 해외와 달리 국내 규제책 全無
-“담배 성분 공개 의무화 등 필요”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톡 깨물면 필터 안에 있는 캡슐이 터지면서 멘톨(박하 향을 내는 화학물질) 등의 향과 맛을 배출, 담배 특유의 독하고 매캐한 향을 부드럽게 해 주는 캡슐 담배의 인기가 대단하다. 최근 캡슐 담배를 포함한 국내 가향(加香) 담배의 판매량은 3년 새 약 5배, 시장점유율은 무려 7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부드러운 맛과 향으로 청소년과 젊은 층의 흡연을 유도하고 있어, 규제 방안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펴낸 ‘위클리 이슈’ 최근 호에는 이 기관 김지혜 선임연구원의 보고서 ‘가향담배란? 그 위해성 및 규제방안’이 게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향 담배 시장점유율은 2012년 2.3%에서 2015년 15.0%로 3년 새 약 6.5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판매량도 9800만갑에서 4만8700만갑으로 약 4.9배나 증가했다. 한국의 캡슐 담배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세계 9위를 차지했다.

멘톨 등의 향을 내는 캡슐 담배 같은 가향 담배의 인기가 증가 추세다. 하지만 일반 담배보다 인체에 더 해로워 국내에도 규제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DB]

그러나 가향 담배의 실상을 보면 일반 담배보다 더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우선 대표적인 가향(加香) 물질인 멘톨은 말단 신경을 마비시켜 담배 연기를 흡입할 때 느껴지는 자극을 감소시킨다. 또 니코틴 반응 감각을 둔화시켜 중독 가능성을 높이고, 폐에 흡수되는 연기 성분을 증가시켜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또 다른 주요 가향 물질인 설탕 등의 감미료는 연소하면서 발암 물질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를 발생시킨다. 코코아 성분 중 하나인 테오브로민은 기관지를 확장시켜 니코틴이 폐에 더 잘 흡수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캡슐 담배는 다른 가향 담배보다 더 많은 양의 가향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다국적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내부 문건을 보면 일반 멘톨 담배의 멘톨 함유량은 2∼5㎎이지만 캡슐 담배는 최대 9.8㎎으로, 캡슐을 터뜨렸을 때 최대 1.29㎎의 멘톨이 담배 연기와 함께 배출돼 일반 멘톨 담배(0.4∼0.8㎎)보다 훨씬 많았다.

문제는 이 같은 가향 담배가 애초 기존 흡연자가 아니라 청소년과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라는 데 있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를 피워 본 경험이 있는 12∼17세 중 80.8%가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잇단 연구를 통해 가향 담배에 대해 “많은 어린이, 청소년과 젊은 성인을 정기 흡연자가 되도록 하는 관문(gateway)’이라고 결론내렸다.

실제로 2004∼2010년 미국의 흡연율 추이를 보면 일반 담배 흡연율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멘톨 담배 흡연율은 상대적으로 감소 추세가 작거나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18∼25세에서 멘톨 담배 흡연율이 증가했으며, 12∼17세 청소년은 2007년 이후 일반 담배보다 멘톨 담배 흡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한국도 이 같은 사정이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멘톨 담배를 사용할 가능성은 40세 이상과 비교해 22~24세가 2.1배, 18~21세가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4년 기준 전국 대학가에서 캡슐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국 평균보다 약 2배 높았다. 젊은 층이 캡슐 담배 등 가향 담배를 통해 흡연자가 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규제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가향 담배 관련 규제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3에 따른 ‘가향물질 함유 표시 제한’뿐인데, 사실상 표시나 광고에 관련한 내용으로 가향 물질 함유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김 연구원은 “호주,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는 과일 향이나 바닐라, 초콜릿 같은 특정 향이 포함된 담배의 제조와 판매에 대한 규제가 있고, 이를 점차 확대하는 추세”라며 “규제가 전무한 한국에서도 급증한 캡슐 담배에 대해 정부가 추진 중인 담배에 대한 가향 물질 규제(내년 도입 예정) 이전에 캡슐 자체를 제품 디자인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담배 제품의 성분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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