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80만 촛불, 보름달에 ‘국정안정’을 빌다
-“탄핵 심판 지연이 국정 혼란 부추겨”
-“새 대통령 뽑아 권력 공백 채워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지난 11일 밤 서울 도심 하늘에도 소원을 들어준다는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살을 에는 듯한 한파에도 또다시 80만명이나 모인 촛불 시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빠른 탄핵을 통한 ‘국정 안정’을 기원했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은 서울 도심에만 75만명, 전국적으로는 80만명에 달했다. 지난 4일 열렸던 14차 촛불집회 참가자가 42만여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주일 만에 그 숫자가 두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 11일 광장에 모인 80만의 시민들은 빠른 탄핵 심판이 이뤄져 현재의 정국혼란을 막고 새 시대가 열리기를 기원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지난해 말 국회가 압도적인 표차로 탄핵을 가결시켰을 때만 하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혼란한 정국이 수습되고 안정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시민들은 탄핵 심판이 지연되고 일각에서 ‘기각설’까지 흘러나오자 또다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사전집회에 참석한 류정아(50) 씨는 “헌재에서 대통령 측 변호인측의 시간 끌기 전술을 다 허용하고 있어서 혹시나 기각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어서 오늘은 일찍부터 나왔다”며 “시민이 한명이라도 더 나와서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을까”라며 시민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바랐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탄핵촉구 시민대회’에선 헌법재판소가 권력 공백을 볼모로 삼아 탄핵 심판 일정을 지연하려는 박 대통령 측의 지연전략에 말려들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영석 서울퇴진행동 민주노총본부장은 “온 국민이 드러난 (박 대통령의) 범죄에 분노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압도적으로 탄핵을 의결해 이미 박 대통령은 국민들 속에서는 대통령이 아니다”며 “(헌재가 탄핵 결정을 미루는 것은) 국민들이 마치 찬반으로 나뉘어서 갈등하는 것으로 오해를 야기할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본집회 자유발언에 나섰던 대학원생 민지홍씨는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을 정화해왔고 이제 끝이 보이나했는데 박 대통령과 극우집단들이 반격을 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오늘 여기 모인 우리가 침묵한다면 따뜻한 봄 대신 박근혜 때문에 덥고 짜증나는 여름을 맞을지도 모른다”며 “지쳐있는 우리 가족과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촛불을 들자고 격려하자”고 외쳤다. 80%의 시민이 탄핵을 찬성함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결정을 늦추면 친박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는 얘기다.

실제로 광화문 광장에선 촛불집회가, 서울시청광장에서 맞불집회가 매주 열리면서 분위기가 과열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광장에 모인 80만의 시민들은 빠른 탄핵 심판이 이뤄져 현재의 정국혼란을 막고 새 시대가 열리기를 기원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특히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군복차림으로 집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계엄령을 선포하라”거나 “좌파들을 쏴죽이자”는 등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하철 등에서는 촛불집회 참가자와 맞불집회 참가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멱살을 잡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의 경찰이 모두 제지하기는 역부족인 상황.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 자체가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헌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시민도 있었다. 직장인 김상철(45) 씨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 대행을 한다지만 정작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지 않냐”며 “빨리 탄핵이 되고 새 대통령이 돼야 이 혼란을 수습하고 국정을 챙길 수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